더캣생각

힘겨운 싸움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7. 5. 9. 00:01

내가 살고 있는 곳은 경기도 남양주시다. 시정에 있어 전에 살던 서울과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 유감스럽게도 무능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공무원이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이다. 요즘 나는 이 공무원님들과 힘겹지만 꿋꿋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결과가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 그래도 끝까지 한번 싸워볼 심산이다. 마음 같아서는 사진자료들을 목에걸고 시청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현실여건상 그럴 수가 없으니 답답함으로 울화증이 치밀어오를 때도 많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의 빛을 붙잡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부딪쳐보기로작정했다.

[1차민원-2007.4.25]

1. 지금동 동X아파트 앞 ~ 연X음악학원앞 4거리까지 인도분리대를 설치해주세요.
: 이 좁은 1차선도로에 불법주차가 만연하고 이로 인해 통학 및 하교하는 아이들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걸 몇번 보았습니다. 제가 출퇴근하면서 매일 불법주정차가 되어 있는걸 보는데 한번도 단속하는걸 보지 못했습니다. 내 아이가 통학하는 길이 이지경이라니 솔직히 어이가 없고 황당하기만 합니다. 궁여지책으로 긴급주차단속에 연락도 해보았지만 그때 뿐입니다.
살기좋은 도시, 잘 정비된 도시는 아이들의 통학로를 이지경으로 방치하지 않는 법입니다. 제 2청사가 코앞에 있는데도 도로관리는 정말 엉망인 것에 무척 실망했습니다. 불법주정차하는 차들이 인도를 넘어오지 못하도록 분리대를 꼭 설치해야 합니다. 아파트 반상회에 의견을 넣어봐도 돌아오는건 집단으로 몰려가 항의해야 겨우 될까말까한단 얘기뿐이었습니다. 이미 아파트주민들이 여러차례 민원을 넣어봤다고도 합니다. 어이없지만 제가 직접 민원을 제기하기로 하고 글을 씁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한번만 더 주민들의 고통과 불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주세요.

2. 지금동 동X아파트 앞 ~ 연X음악학원앞 4거리까지 차선분리봉 (차선규제봉)을 설치해주세요.
: 아이들의 안전한 통학로를 확보하고 불법주정차로 인한 차량통행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차선분리봉 설치를 제안합니다. 이곳 사거리에는 특히 술집이 있는데 저녁에 퇴근할 때보면 호프집 이용차들이 많습니다. 그 차들이 모두 이곳 도로변에 불법주차를 하여 직진신호를 받고도 사거리 중앙에서 멈춰서야하는 위험한 상황이 여러번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번 겪어보세요. 얼마나 어이없고 화가나는지. 더구나 술집을 이용하는 차들이라니..

[1차답변-2007.5.1]

우리시 주,정차 문제에 관심을 갖고 건의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귀하께서 건의하신 구간은 도로교통법 제32조 내지 제33조에 의한 주,정차 금지구역입니다. 따라서 우리시에서는 차량을 이용한 수시 단속을 실시하고 있으며, 야간(21:00이전) 및 휴일(09:00~18:00)의 생활불편 민원을 해소하기 위하여 별도 기동처리반을 편성 시민 불편 최소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로 확보를 위하여 어린이 보호구역내 단속시간(07:00~)을 연장하여 순회 단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불법 주,정차 차량이 유동적인 관계로 시민의 협조가 요청되니 만큼 불법 주,정차로 인한 불편시 생활 불편 기동 처리반(080-590-8272)으로 연락하여 주시기 바라며, 기타 주,정차로 인한 궁금하신 사항은 차량관리사업소(590-2295)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너무나 말도 안되는 회신내용에 화가 무지 났었다. 안전을 위한 시설물 설치를 요청했는데 불법주정차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봉창두드리는 식의 답변에 너무 화가 나서 조목조목 답변부서지정의 문제점과 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다음날 바로 [2차민원]을 올렸다. 그랬더니 답변을 보냈던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와서 해명을 했다. 자신도 도로과로 배정되어야할 민원이라고 생각했지만 주정차단속부서로 민원이 배정되어 어쩔 수없었다는 식의 해명이었다. 어이없었지만 나의 민원을 도로과로 재이첩 요청하였다는 말을 해서 더이상 화를 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에 돌아온 [2차답변] 또한 알맹이빠진 호도알같아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2차답변-2007.5.8]

1. 귀하의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드리며, 답변이 늦어진 것에 대하여 깊이 사과드립니다.
2. 귀하께서 동X아파트에서 연X음악학원앞 사거리 까지 차선규제봉 설치요청하신 사항에 대하여는 상기도로의 바깥차선과 도로측구와의 간격이 좁아 차선규제봉 설치할수있는 공간이 없어 차선규제봉설치는 어려운 사항임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라며,
3. 인도분리대 설치요청하신 사항에 대하여는 인도분리대(안전휀스)는 무단횡단에 따른 사고위험이 큰지역에 사고방지를 주목적으로 설치하는 시설물로 상기 2차선 도로의 상가밀집 구간에 주정차 방지를 위한 안전분리대 설치는 다소 어려운 사항임을 널리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4. 기타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도로과 도로관리팀 이XX(Tel:590-xxxx)로 문의하여 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하여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답답하고 미칠 노릇이었다. 적극적으로 시에서 개선에 나서지는 못할망정, 시간을 별도로 내어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해결방법까지 제시하는데 고작 돌아오는 답변내용은 변명을 늘어놓기 급급한 식이었다. 오늘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사거리에서 중앙선을 지그재그로 넘어오면서 폭탄이라도 던져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민원답변이란게 고작 이런 거라니...

매우절망적이었지만 내딸아이와 나의 안전을 위해 화를 가라앉히고 오늘세번째 민원을 올렸다.

[3차민원-2007.5.8]

통학로 정비를 위해 차선규제봉과 인도분리대를 설치해달라는 두차례의 민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을 받았습니다. - 관련민원번호 07-02850(2007.5.8), 07-02715(4.25). 답변내용을 보고 솔직히 시정에 대해 절망감마저 들었습니다만, 구구절절한 저의 감정에 대한 서술은 배제하고 순전히 답변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니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1. "연X음악학원앞 사거리 까지 차선규제봉 설치요청하신 사항에 대하여는 상기도로의 바깥차선과 도로측구와의 간격이 좁아 차선규제봉 설치할수있는 공간이 없어 차선규제봉설치는 어려운 사항"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차선규제봉 설치에 관한 규정이 별도로 있는지 궁금합니다(도로교통법상 찾지 못해서 묻습니다). 또한 제가 언급한 도로와 유사한 도로폭을 가진 지역에 차선규제봉이 설치된 경우가 있는데(예 : 금X초교 정문 앞/ 덕X삼거리 앞) 이경우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묻고 싶습니다.

2. 차선규제봉은 '교통사고 발생의 위험요소가 높은 곳, 운전자의 주의가 현저히 요구되는 장소에 노면표시를 보조하여 동일 및 반대방향 교통류를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위험구간을 안내하여 줌으로서 안전주행을 도모'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신자께서 지적한 대로 제가 언급한 도로는 매우 비좁은데 거기에 불법주차가 만연하고 이에 대한 단속에는 한계가 있어 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면 이에 대한 대책이 마땅히 따라야하지 않겠습니까? 많은 시간을 생각한 끝에 회신을 주신거겠지만 솔직히 저는 답변내용이 잘 수긍이 가질 않습니다. 관내에 많은 도로들 사정이 열악하여 개선해야할 것들이 많다는 것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런 것들을 시에서 먼저 나서서 개선하지는 못할지언정 지적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까지도 이런 저런 궁색한 이유로 불가하다고 하면서 내 아이와 나의 안전에 위험이 도사리는 곳에 사는 사람에게 댁내 가정이 평화롭기를 바라신다는건 지나친 허식이 아니겠습니까?

3. 마지막으로 스쿨존에 관한 언급을 하고자 합니다. 스쿨존은 잘 아시다시피 학교 정문 반경 300미터 이내에 학교장의 요청을 받아서 지정되어 어린이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제도로 알고 있습니다(도로교통법 제 11조). 제가 언급한 도로는 금X초등학교 정문으로부터 반경 300미터 이내에 포함되는 도로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차원에서 이곳에 안전을 위한 대책을 제시해줄 수는 없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곳은 아이들의 등하교길로서 아이들의 무단횡단도 많고 어른들도 수시로 무단횡단을 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불법주차되어 있는 차들때문에 보행인이 잘 보이지 않아 무단횡단하거나 골목에서 진입하는 차들때문에 차량으로 통행시 깜짝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차원의 대책이 불가하다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된 후에는 차선분리봉 혹은 인도분리대의 설치가 가능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4. 저는 솔직히 처음부터 두 가지가 모두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둘 중 하나는 담당부서에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조치가 가능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담당자께서 처리해야할 업무가 많을 줄로 압니다만, 민원인들 또한 시간이 남아돌아서 두번 세번씩 민원을 올리는게 아닙니다. 나름대로 심각하다고 판단되서 해결가능한 방안까지 고심하여 자료를 찾고 사례를 찾아서 정성껏 글을 올립니다. 나와 내 아이의 안전을 위한 문제이니 이렇게 하는 겁니다. 담당자의 아이가 제 아이의 상황과 같다면 어쩌면 이런식의 답변이 오지는 않았을겁니다. 다시한번 부탁드립니다. 민원인이 수긍할 수 있는 타당한 이유와 설명을 제시해주십시요. 최소한 제가 제시한 두가지가 모두 불가하다면 제 3의 대안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를테면 불법주차감시카메라 설치와 같은..귀찮다 생각하지 마시고 좀더 적극적인 개선계획을 답변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과연 얼마나 개선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선이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느끼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의 얘기처럼 부녀회가 빨리 조성되고 이들이 몰려가서 집단민원을 제기하던가 시위라도 해야 조금이나마 개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상황이 절망적이긴 하지만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딸아이를 위한 일이니깐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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