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Living Modern Life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7. 5. 10. 21:54


1.

사무엘베케트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보면,

말라비틀어진 나무 하나 있는 황량한 들판에서 등장인물들이

무의미한 몸짓으로 에피소드를 반복하면서

시간을 떼워나감을 보게 된다.

무엇인가 특별한 극적 사건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극전개였겠지만

(실제로 [고도]를 대본으로 읽는 것은 대단히 고통스럽다)

이 연극은 실로 대단히 놀라운 관심과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매우 소소하고 반복적이며 따분한 인생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이 저주스러우리만큼 지루한 인생을 재미있게 사는 법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매우 지루한 [기다림의 반복]이 극적 소재이지만

이 연극을 관람하는 일은 매우 즐거웠었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의미없는 몸짓들과 말장난들이

순간순간 기다림(인생.연극)의 지루함을 잊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산다는 거, 그거 사실

별거 아니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기대하는 그 무엇이 실현되기를 기다리며

오지도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일처럼

지루하기만한 [지금] [이 시간]을 즐겁게 해줄

소일거리나 오락거리를 찾아서 행하는 것.

인생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게다.

2.

에즈라 파운드가 지하철역의 순간적인 이미지를 시화함으로써

이미지즘을 널리 알린 이후

현대는 이미지의 홍수시대가 되고 말았다.

모든 현상은 대중화된 사진기술 덕분에 이미지로 떠다니게 되었고

그 속에서 무엇이 정말 소중한 순간이고 이미지화되어야하는 순간인지를

판단할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쓰레기 이상으로 넘쳐나는 이미지들 속에서

나는 느림과 본질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 특정한 시간이 너무나 빨리 기록되고 전시되는 시대 속에서

정작 중요한 것들

-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기억하고 기록해야할 의미있는 시간의 기록 -

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외면해버리는 현실.

세상은 자꾸 사람들에게 변하라 외치는데

정작 사람들은 자신이 왜 변해야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조직을 위한 변화에 온전했던 제 마음을 내어주는 현실.

그저 이쁜 것들만 찍어대는 사람들 속에서

진짜 세상은 그저 잡동사니같은 사진첩속에 갇혀버리는 현대는

거울에 비춰지는 허구의형상일 뿐이다.

차를 버리고 여행을 떠나듯이

천천히 걸어가듯 세상을 살아볼 일이다.

2007.5.10

Trisha Yearwood - Shut Up And Kiss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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