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양평 그린낚시터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17. 9. 4. 20:46

 

지난주 금요일,

반차를 내고 직장 동호회 납회를 앞두고 사전 탐색차 찾아간 그린낚시터.

지난 봄에 전화했을 때 힘없는 목소리로 영업안한다는 사장님의 목소리를 들었었는데 다행히 재개장을 했다고...

이곳은 동호회 선배님이 연간회원으로서 매주 출조를 하는 곳이기도 하고

또 동호회 행사로 몇번 왔던 곳이기도 했으며

사장님이 우리 직장과 매우 인연이 깊어 무뚝뚝하지만 은근히 반겨주는 그런 곳이었다.

 

 

 

약 2년간 휴장이었다 하니, 참으로 오랫만에 친구를 만난 기분이랄까.

여길 다녀간지가 나도 한 3년 쯤 된거 같으네,.

날은 더웠지만 시원한 풍광과 맑은 공기 속에서 힐링 제대로 한다 싶었다.

 

 

마음이 바빠져서 부지런히 밑밥을 주다가 문득, 물이 참 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10명 정도의 다른 조사님들이 열낚 대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물이 너무 맑아서 낮에는 전혀 입질이 없다고...ㅠ.ㅠ. 사장님 말씀에 원래 물이 맑고 좋아서 옛날엔 이 물을 떠다가 라면을 끓여드시는 조사님들도 있었단다. 헐...

 

 

6시 반쯤 지나야 입질이 온다 하니 얼른 저녁이나 먹어야겠다 싶었다.

 

 

예전에 봄날에 왔을 때

사모님이 직접 캔 냉이를 넣어 끓여주시던 된장찌개가 너무 그리웠다.

(사실 된장찌개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이집의 김치찌개 맛 또한 잊을 수 없다. 감히 말하건데, 내 입맛에는 전국 최고의 김치찌개가 이 집의 것이다).

사장님께 '여전히 된장국이 맛있네요' 하니,

사장님 그저 웃으시는데 왠지 쓸쓸해보인다.

주말 저녁에 둘다섯을 비롯 7080 가수들이 와서 공연을 할 예정인데

가족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이 분 술도 참 좋아하시지만 은근히 음악을 즐기시는 것 같다.

사모님 장례식 때 조용필씨도 다녀갔다면서

다음번에 낚시터에 초대해 봐야겠단다.

아무래도 사모님 돌아가시고 가족의 소중함을 사무치게 느끼고 계심을 느길 수 있었다.

 

 

저녁을 다 먹고난 후 다시 자리에 돌아와 찌를 바라본다.

전혀 미동이 없다 ..쩝.

사진이라도 제대로 찍어보고 싶어 오랫만에 삼성 미러리스 카메라를 챙겨봤는데 아뿔싸, 메모리카드가 빠진걸 그냥 들고 왔다 크흐...

 

그렇게 밤이 찾아오고

찌는 여전히 그대로 그렇게 망부석처럼 서있기만 했다.

가만보니, 관리소  바위 바로 바로 앞자리랑 둑방쪽 자리 한 곳에서만 입질이 있고 다른 조사님들은 입질조차 보지 못하는 상황의 연속.

아.. 또다시 그린의 붕어들은 나를 외면하려는가 싶어

밤낚시를 포기하기로 한다. 옆 조사님의 동료들이 몰려와 조금 시끄럽기도 해서 평소보다 이른 밤 11시에 잠을 청했다.

 

 

 

새벽 4시 10분경에 일어나 보니, 딱 한 분의 조사님이 낚시중.

나도 다시 부지런히 밑밥을 주면서 꽝을 면하려고 나름 안간힘을 써봤다.

나도 꽤나 절박했었나보다.

그동안 이곳을 다섯번 정도 드나들었는데 한번도 입질을 본적이 없었으니...

이번에도 꽝이면 그저 터가 세서, 혹은 사장님이 붕어를 많이 넣지 않았다고 탓할 요량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동트기 직전에 기다리던 님을 만날 수 있었다 하하.

 

 

덕분에 해뜨면서 떠오르는 물안개는 보너스 상품.

 

 

 

 

나를 도와 총무를 봐주던 동료를 얼마전에 암으로 보내고 처음으로 개최하게되는 납회행사... 솔직히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서 어떻게보면 마음의 고향처럼 편안한 그런 곳을 찾아왔다고나 할까...

사모님을 잃고 씁쓸해하시는 사장님이 어느 때보다도 내게 살갑게 구시는거 보면 내 마음을 읽으신건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조황이 부진했다.

관리소 앞에선 딱 두자리만 입질이 간간히 있었고

내가 딱 세 수로 운빨을 채웠다.

 

건너편 좌대들은 밤새 입질이 없었다고 하고

잔교에서 두 분 정도가 한 두수씩 손맛을 봤을 뿐.

 

참 고민스러웠다.

이곳에서 납회행사를 해야할까?

아니면 다른 곳을 또 답사해야 할까?

그냥 붕어를 잡지 못하더라도

회원들에게 친근한 이곳을 그냥 정할까?

포천으로 출조한 선배님에 따르면 그곳도 전체적으로 조황이 좋진 않았다고 하니 이곳의 조황부진은 계절 탓일지도 몰라.

아.. 어쩌지?

 

 

<독조 소감>

낚시터에 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많다.

어젯밤에 떠들썩하게 몰려왔던 이들은

알고보니 암 말기 동료를 위해 번개모임으로 함께 모인 뜨거운 동료애의 사나이들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나는

낚시터에 오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사롭지가 않다.

나 또한 최근 3년간 치밀어오르는 화를 누르기 위해 물가를 찾았던 터.

그래서 가끔 조사님들이 보여주는 친절은

뜨거운 인간애 이상으로 감동적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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