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포천 밤밭낚시터 (2018.11.3.~11.4.)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18. 11. 4. 21:39

 

지난 목요일, 하남 고골낚시터에서의 뜻밖의 참패에 낙심해 있다가 환절기 낚시에 재도전.

주말 밤이고 일교차가 워낙 컸던 날인지라 차에 시돌을 걸고서도 한참을 고민하다 '그래, 기왕이면 좀더 추운 북쪽으로 가자' 해서 포천으로 달렸다.

포천은 알다시피 향붕어들의 터전인데다 평소 나는 가뜩이나 모자란 실력에 번번히 향붕어 입질에 농락당하기만 했던 터.

'오냐, 어디 한번 해보자, 못잡아도 날씨탓이려니 하면 된다' 싶었다.

 

저녁 8:40분 경 밤밭에 도착해서 둘러보는데, 거의 모든 연안 좌대가 만석이었다. 아, 편한 낚시는 어렵겠다 싶어 평소 한번 앉아보고 싶었던 관리소 앞 노지 천막좌대를 살펴보는데 5~6개의 자리 중 한 조사님만 앉아계셨다.

나: 전체적으로 조용하네요. 좀 잡으셨어요?

노지조사님: 그러게요. 전혀 입질이 없네요. 낮에도 전혀 안나왔는데 밤에도 조용하네요.

나: 양쪽으로 수상좌대들에 손님들이 많던데 좀 잡던가요?

노지조사님: 오후들어 거의 입질이 없던데. 그래도 이 자리엔 지금 조금씩 입질이 들어오고 있으니 낚시하실거면 이 자리에서 하세요. 조금만 더 하고 갈거에요.

나: 아 네에. 요즘 일교차가 워낙 커서 입질 보기가 힘들더라구요. 며칠 전 다른데서 낮낚시만 좀 해봤는데 재미 못봤거든요. 오늘은 밤에만 해보려구요.

 

그렇게 해서 조급한 마음을 눌르고 천천히 1시간 가까이 주변 탐색. 그런데 노지 조사님 자리에 찌가 쓰윽~하고 올라온다.

나: 오.. 이 날씨에 이 정도 찌올림이면 정말 훌륭한데요?

이후에 계속 나온다. 그 자리에서만 나온다. 그 이외에선 말소리뿐, 이 분만 계속 입질을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금방 일어서긴 어려워보여 그 옆에 주섬주섬 내 짐을 풀고 낚시를 서둘렀다.  내가 밑밥을 주고 있는 동안 그 분은 계속 입질을 받아내시고.. 그렇게 11시가 되어 내게 자리를 물려주셨다. 낮동안 종일 꽝치시다가 나와 함께 있던 두어시간 동안 6~7수 정도 하신거 같다.

 

자정을 넘긴 시간. 여전히 주변은 조용하다. 좌대에서 술마시는 사람들의 큰 목소리만 고요한 저수지에 퍼져나갔고, 나 홀로 조용히 찾아온 입질을 받아냈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새벽까지 드문드문 입질이 찾아왔다. 급격한 기온 하강으로 수온이 떨어졌고 아무리 먹성좋다 해도 계속된 저수온으로 향붕어들의 움직임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 

나는 발바닥 핫팩에 낚시용 앞치마로 난로위를 덮어 몸을 데워가며 열낚하면서 마치 저격수처럼 드문드문 찾아온 입질을 기다렸다. 졸다가 자다가 우당탕당 챔질도 하고 따뜻한 커피를 친구삼아 두 눈을 치켜뜨고 찌만 바라보다 또다시 졸기를 반복. 그 바람에 서너번의 입질은 놓쳤지만 60%는 챔질 성공. 한 뼘이상 올려주는 녀석들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새벽 5시경 되니 본격적인 아침장이 시작되려던 참. 그런데 이젠 이눔의 졸음이라는 장사를 이겨낼 재간이 없다. 결국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 입질을 포기하고 차에서 아침잠을 청했다. 이 후 2시간 정도 자고 다시 낚시를 시작했지만 더이상의 입질은 볼 수 없었다. 물론 내 자리뿐 아니라 모든 자리가 그랬다.

아침해가 뜨고 내 자리로 몇몇 조사님들이 찾아왔다. 몰황 속에서 밤사이 나 혼자만 만세를 불렀으니 여러가지로 궁금했을 터. 내가 잡아놓은 사찌급 포함 붕어 5수와 향어 1수를 보더니 다들 "아휴, 많이 잡으셨네" 이런다. 씨알도 아주 훌륭했으니 더 보기가 좋았을터. 총무님이 망에든 녀석들의 사진도 찍어갔다.

9시가 넘어도 입질이 없어 곧바로 미련을 접고 짐을 챙겨 돌아왔다. 잡은 녀석들은 밤새 꽝치신 한 조사님의 요청으로 그분께 선물.

어려운 낚시였지만 재수끝에 대학간 기분? 암튼, 많은 마릿수를 하지는 못했지만 저수온기 낚시로 훌륭한 찌올림을 여섯번이나 봤으니 만족스러웠던 밤이었다. 집에 돌아와선 저녁까지 기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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