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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4. 11. 23. 00:51

갑작스런 장염으로 하루 결근까지 해야했던, 
몹시 피곤했던 한 주.
퇴근 후에 우연히 유튜브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
그 분의 인생이 어떠한지를 처음 본 영상 만으로 알 수는 없었지만
처음엔 참 열심히 사시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영상이 끝나갈 무렵 그분의 독백같은 자막을 보면서
이 분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살고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난 왜 이정도 밖에 안될까, 
왜 내게만 유독 많은 책임들이 주어지는걸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풀리지 않는 이런 저런 고민들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퇴직 후의 현실적인 문제들 뿐만 아니라
나와 주변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에 대해 심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꼈다.
노력만큼 받기를 원하건 아니었지만
노력보다 부족하게 느껴지는 현재에 대해,
아무리 노력해도 풀 수 없는 수학문제를 앞에 둔 아이처럼 
화도 나고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했던 그런 날들이 내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내가 남보다 좀 더 특별했던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남들에게는 별 일 아닌 것도 내겐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졌던게 아닐까,
그래서 신이란 존재가 내게 더 시련을 주는건 아닐까.
이런 별의 별 쓸데없는 생각들을 하다가 쓴 웃음 짓기도 하고 ...

어느 날엔 누군가를 붙잡고 어떻게 내 남은 생을 살아가야하는지를 
묻고 싶을 때도 있었다.
실제로 어떤 이는 내게 직접 찾아가 조언을 구하기를 권하기도 했었다.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여전히 더 나아가지 못하고 혼자 만의 생각에 갇혀 허우적대는 상태.
목적지를 잃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있는 내 처지가
한심스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
속으로 꼭꼭 감춘 내 우울증을 알아본 몇몇 지인들의
말 한마디에 몇번 감동받은 적도 있었지만
중년남자의 장님같은 인생 살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냥 하룻하루 열심히 살면 되는 거였다.
내가 시덥지 않은 글쓰기를 계속 하는 이유도 사실
근본적으로는 이 분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유한한 삶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죽어서 저 세상 갔을 때 제출할 증빙같은 거였다.
누가 왜 사냐고 갑자기 물었을 때
죽었을 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산다고 말했던 패기넘쳤던 스무살 그때처럼
그저 내 삶의 매 순간들에 집중하면서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걸로 충분한 거였다..

기적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조금만 힘을 내자.

신이 아닌데 신처럼 생각하고 행동했던 내 지난 시간들,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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