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정말로 기막힌 하나의 현상이다.
그리고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경이로운 존재다.
이처럼 숭고한 세계에서
쾌락이 죄이고, 또 가끔은 죄가 쾌락이라는 사실은 아주
슬픈 일이다
Man's a phenomenon, one knows not what,
And wonderful beyond all wondrous measure;
'Tis pity though, in this sublime world, that
Pleasure's a sin, and sometimes sin's a pleasure"
-바이런,<돈 주안 Don Juan> 중에서
쾌락이 죄이고 또 가끔은 죄가 쾌락이라는 구절..
바이런(Byron)이 매우 의미있게 다가왔던 첫 대면의 순간..
이 시를 접했던 순간의 내 심정을 나는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라고 적었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고 시뿐만 아니라 실제 인생을 통해 낭만주의를 구현했던 영국시인 바이런.. 내가 드라마가 아니고 시를 전공했다면 아마도 내 논문 주제가 되어주었을 진정한 자연인 바이런... 어느 시인의 시보다 사실적이고 직설적으로 읽혔던 그의 시들을 오랫동안 잊고 살다가 오늘 다시 우연히 그를 만났다. 후,
"나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매순간마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돼서, 어느 하나도 오래가지 못한다. 나는 선악이 묘하게 혼합된 존재여서 나를 묘사하기가 힘들다 I am so changeable, being everything by turns and nothing long-I am such a strange melange of good and evil that it would be difficult tod describe me."
(하지만)
"내가 언제나 변치않고 간직하고 있는 감정이 두 가지 있다. - 그 하나는 자유에 대한 강한 애정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위선에 대한 혐오이다 There are two sentiments as to which I am constant-a strong love of liberty, and a detestation of cant"
그가 했던 위의 두 가지 말은 사실 내가 평소 말하고 생각해왔던 바와 참으로 많이 일치하여 그를 처음 만났던 26살적부터 그를 형제이자 분신처럼 느껴왔던 터.
오늘 새삼스레 서른 여섯의 이른 나이에 전쟁터에서 죽었다는 사실이 잠시 날 우울하게 만든다.
"이제는 내 가슴이 흔들려서는 안 될 때다.
내 가슴이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게 되었으니까.
그러나 내가 비록 사랑을 받지 못할지라도,
내가 여전히 남을 사랑하게 해다오.
나의 나날은 누런 낙엽,
사랑의 꽃도 열매도 모두 지고,
해충과 옹두리와 비탄은
모두 나만의 것
내 가슴에 지펴진 불은
그 어느 화산섬처럼 외롭다.
그 불꽃에는 어떤 횃불도 붙여지지 않는
하나의 화장용 장작더미일 뿐.
(중략)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여기서','지금' 등등의 생각으로
내 영혼을 뒤흔들어서는 안된다.
(중략)
다시 고개를 드는 정념은 발로 뭉개 버려라.
(중략)
미인의 미소거나 또는 얼굴 찡그림에도
그대는 개의치 말아야 한다.
그대가 자신의 청춘을 후회한다면, 도대체 왜 사는가?
(중략)
휘휘 둘러보고, 죽을 자리를 찾아서,
거기서 그대의 안식을 찾으라.
-바이런, "오늘 나의 서른여섯 해는 끝난다"
그가 세상과 작별을 고했을 나이,
지금의 내나이에
그와 재회하게 되었음은 우습게도 우연치고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더구나 오늘 아침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장대비를 옷이 다 젖도록 흠뻑 맞게되었던 날이라니..
어딘가 모르게 내가 바이런적이지 않은가? 하하..
2004.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