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10. 1. 03:32



울고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빛이 떨어져 있을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게다가 가을비는 쓸쓸히 내리는데 사랑하는 이의 발길은 끊어져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있게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고궁. 그 고궁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창문의 삭은 나무 위에는 "아이쎄여, 내 너를 사랑하노라..."는 거의 알아보기 힘든 어려운 글귀가 씌여있음을 볼 때.
하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것 뿐이랴. 오뉴월의 장의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바이올렛색과 검정색. 그리고 회색의 빛깔들. 둔하게 울려오는 종소리. 징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밭에서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져있는 비둘기의 깃. 자동차에 앉아있는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유랑가극단의 여배우들. 세번째 줄에서 떨어진 어릿광대, 이 모든 것들이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고등학교 다닐때 ..한참 감수성있을때 참으로 좋아했던 문장이었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새로운 감성 대신 옛날 추억만 파먹는 벌레가 되어가는 기분이 듭니다....

20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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