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학교종이 땡땡땡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9. 30. 01:23

학교종이땡땡땡(부제-인사동순례기)

요거이 까페 이름입니당^^..어디신지 아실듯..
지난 주말 오랫만에 딸아이랑 아이엄마를 데리구 인사동에 다녀왔습니다.
데이트하던 시절엔 가끔 갔었는데 결혼하구 아이까지 얻구 나서는 이런곳에 오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더구나 아이엄마는 벌써부터 커피값, 차값이 그리도 아깝다하니 벌써 아줌마가 다되었습니다.

저또한 오랫동안 잊고 살던 곳이었습니다.
공부할때 문학에 커피향처럼 녹아들던 그시절 저에게 그곳은 늘 고향과도 같은 곳이기도 했었는데...
저두 이젠 별수없는 아저씨가 다 되었었나 봅니다.

경인미술관..
참 유명한 곳이죠..
전 이곳에 몇번 차를 마시러 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에는 참으로 분위기 있고 운치있던 곳이었는데 최근엔 상업적으로 많이 변질되어 있어
주로 일본 관광객들의 관광명소처럼 되어버렸더군요.
이곳의 좁은 마당을 지나 안쪽에 있는 미술관은 다녀가실만 할듯..

귀천..
고 천상병 시인의 미망인이신 목순옥 여사가 운영하는 찻집이죠..
워낙 유명한 곳이라 몇번 다녀가신 분들두 계실듯^^..
이곳은 차라리 옛날 시골집 곳간 같습니다.
할머니가 추운 겨울날 사촌형들 몰래 곶감 빼내주시던 그 시골집 창고가 몹시도 생각나게 하는 곳...
들어가면 천상병시인의 사진과 골동품같은 몇몇 유품들
그리고 아주 오래된 전축판들이 몇장 세워져 있습니다..
그곳에선 천상병시인이 꼭 살아계신듯 생각될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 목순옥여사님은 얼마나 늙으셨을지...

인사동 길을 지나다보면 무엇보다 가게이름만으로도 행복해질 때가 있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옛향이 흠뻑 묻어나는 간판들...
나의 남편은 나뭇꾼,
낮에나온반달,
오!자네왔는가,
모깃불에달끄스릴라,
너에게 꽃을 던지고 싶다.... 등등

저는 이날 개그맨 전유성 부부가 운영하는 학교종이 땡땡땡 에 들어갔었습니다.
앙증맞은 걸상과 추억에 젖게하는 석탄난로, 오래된 칠판과 교탁, 각종 장난스런 낙서들...
한번쯤은 유년의 시절을 떠올리며 작은 웃음 짓게 하는 곳이긴 했습니다.
라면땅이 스뎅도시락(저 어렸을때 울어머니는 이렇게 불렀었습니다 ㅡㅡ;) 반찬통에 담겨나오는것두
재미있었구요....
- 저 어렸을 땐 몽땅이 10원, 자야가 20원이었습니다*^^*.
울 딸아이는 칠판 밑 단상이 그리도 좋은지 자꾸 그곳에 올라가
먼지묻은 교탁에 기대어 서있곤 했었습니다.
제맘을 안다는 듯, 다 안다는 듯 히죽히죽 웃으면서요...^^
저는 잠시 밖에 나가서 무뚝뚝하다못해 벙어리일것 같은 쌀쌀맞은 아저씨가 파는 뽑기를 사들고
아이랑 아이엄마랑 사이좋게 나누어먹고 그곳을 나왔습니다.

인사동 중앙길을 따라 걷다보니 인사동이 참으로 많이 변모해 있더군요.
우선 길이 걷기 좋게 푹신한 재료로 바뀌어져 있었구,
새로운 건물도 많이 생겨났습니다.
무엇보다 차와 사람이 정말루 많았습니다.

요기저기 기웃거리며 걷다보니 울 딸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어 무엇인가를 한참 보더군요..
장승이었습니다.
아이키만하게 나무를 깎아 만든 장승..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장승을 보면서 딸아이가 신기해하더군요.
첨 보았던 것입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장승을,
무섭게 생긴 장승을 평소 그리도 겁많던 아이는 무섭다 생각안하더군요..
역시 우리의 것은 처음보는 어린 아이에게도 심정적으로 친근함을 느끼게 하나 봅니다.

오랫만에 보는 옛물건들은 어른들에게 신기해 보이는 법입니다.
길가다가 작은 가게를 지나게 되었는데 저는 그만 아이랑 아이엄마를 잊은채
불쑥 저혼자 그 가게안으로 문을열구 들어갔습니다.
-토토의 오래된 물건..
정말 눈물날 정도로 아름다운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가게였습니다.
아톰티셔츠, 동그란딱지, 마징가젯 로봇, 못난이인형, 주황색 공중전화기, 등등..
서른이 넘은 세대라면은 꼭 한번 이곳에 들러 가시길....

실은 이곳에 아는 이의 추천으로 알게된 화랑을 찾아가볼 요량이었습니다만,
결국 찾질 못하고 다른 전시회 함 들러보구 왔습니다.

인사동...
지금은 상업성에 많이 물들었다고 하지만 오랜만에 찾아가본 저에게는
여전히 추억의 거리이고 마음의 고향이 되어주었답니다.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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