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진정한 친구가 되어준다는 건...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9. 30. 01:20

누군가에게 친구가 되어준다는건 쉬운듯 정말 어렵습니다.

그 옛날,

관포지교만큼은 아니어도 내 자신, 친구가 가장 어려울때 도움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었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ㅡㅡ,,


저에겐 금쪽같이 귀한 친구가 둘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위아래 동네 살면서 얼굴을 익히고 사춘기 경험을 공유하면서

결혼한 이후에도 지금껏 주변에 뭉쳐 살고 있는

그런 친구들입니다.

결혼도 1,2년차로 비슷하게 했고 자식도 비슷한 시기에 낳았으며

그 아이들 또한 모두가 딸이라는 공통점까지 지닌 친구들..

친구란 서로 비슷하게 닮아간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닮아갈 줄은 정말 몰랐었는데,,,,

그동안 우리들은 참 알콩달콩 우정을 나누며 잘 살아왔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한 친구가 또다시 실직을 했습니다.

그간 모았던 얼마되지 않은 생활비마저 다 쓰고 어렵게 어렵게 소일거리를 찾아 나서는

형편입니다.

하지만 요즘 이 친구는 남은 친구들에게 전보다 더 정감있게 굽니다.


그런 녀석을 보고있으려니 저는 괜시리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며칠전 나머지 한 친구가 이 녀석을 돕자고 말을 꺼냈었습니다.

녀석의 생활비가 떨어진걸 알고는 나에게 곧장 달려와 했던 말이었습니다.

전 그자리에서 '그래, 도와주자'라고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녀석보단 비록 형편이 낫긴하지만 저에겐 갚아나가야할 빚이 있었고

또 아내와 집안의 형편도 배려를 해야 했었습니다.

사실 저의 속마음은,

변명같겠지만,

당장 몇푼되는 돈으로 녀석의 곤란한 형편을 구제할수 있다는 것에

절대 동의할수가 없었습니다.

우선은 녀석한테 직접 녀석의 형편에 관한 얘기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럴때 전 제가 참으로 치사하고 냉정한 친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일까요...

저는 좀더 근본적으로 친구가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나머지 친구는 자기 아버지한테까지 이 문제를 상의하게 되었고

그 아버님의 조언 또한 다행스럽게도 저와 같았습니다.

우선은 녀석이 직접적으로 형편을 털어놓고 도와달라고 할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조금은 나의 태도가 맘에 안드는 눈치였습니다..


지난 주말에 녀석의 집엘 다녀왔습니다.

나름대로 홈페이지 제작일 등을 어렵사리 따와서 작은 벌이나마 하고 있었습니다.

가끔 담배피러 같이 나와있을땐 무언가 저에게 말을 할듯할듯 했었지만

대체적으로 밝은 표정이었고 여전히 의연함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녀석의 집을 나서면서 저는 그동안 제가 수집했던 소자본창업자료를

녀석의 책상 위에 몰래 놓아두었습니다.

만일 그 자료를 통해 이 친구가 창업을 하게된다면

같이 힘을 합쳐볼 생각입니다.


후,,,

진정 어떤 방식으로 친구와 살아가야 옳단 말인가요..

가끔은

어려움에 처한 친구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냥 말없이 모른척 친구를 예전과 똑같이 대하지만,

늘 제 마음 한켠이 어둡습니다...


그저 모든것이 잘 풀려지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앞으로 제가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부지런히 모아서 정겹게 친구들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200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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