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여우와 호랑이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9. 30. 01:19

이런저런 영어 학습법들이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인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영어 학습법을 소개하는 어떤 분은 자신의 영어가 미국 현지의 영어와 가장 가깝다고 주장한다.
미국에 살아보지 않은 한국인들은 “그런가 보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외국인을 위한 영어 교사를 양성하는 TESOL(Teachers of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을 공부하다 보니 우리 현실이 다음 우화에 나오는 상황과 너무 비슷하다.

옛날에 여우 한 마리가 살았다. 그 여우는 요즘 최신 유행인 호랑이어를 참 잘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여우는 동네에 자신보다 똑똑한 여우도 별로 없고 따분한 동네 형편이 마음에 안 들었다. 옛날보다는 먹이가 많이 들어와서 살기가 훨씬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맛있는 것들은 거의 없었다. 이런 참에 여우는 호랑이 동네에서 최신 패션 유행을 배워오면 친구들이 자신을 알아주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 호랑이 동네로 떠났다.

과연 호랑이 동네는 달랐다. 호랑이말고도 수십 마리의 잘 나가는 여러 동물들이 다양한 억양으로 호랑이어를 흉내내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친구들의 패션 역시 호랑이 가죽만큼 화려했고 주변의 내로라 하는 호랑이들과도 어울려 꽤 재미있게 살고 있었다.

그걸 본 여우는 내심 호랑이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을 지가 걱정이 되었다.

여우에게는 혀를 살짝 꼬아야 하는데다 목청까지 떨어야 하는 호랑이어가 아무래도 쉽지않았다. 여우는 혼자서 열심히 호랑이 텔레비전을 봤고 패션도 흉내냈지만 열등감은 날로 커졌다.

여우는 심란해서 자신을 잘 대해주는 수석 디자이너 호랑이한테 찾아갔다.

그 호랑이는 여우에게 호랑이어와 패션감각이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하면서 잘 아는 여우 한 명을 소개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 여우는 태어날 때부터 호랑이 동네에서 살아 여우들에게는 호랑이 굴의 일원으로 대우받았다.

그런데 그 수석 디자이너 호랑이의 말이 정말 엽기다. “걔 참 호랑이어 잘해.”(앗, 그 친구도 여전히 아웃사이더!). 여우는 호랑이 동네 골방에서 몇 년간 칩거하며 호랑이어와 패션감각을 흉내낼 정도는 되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그 여우 골에서 “호랑이 동네는 말이야…, 호랑이 동네는 이러는데 말이지…, 우리는 아직 멀었어”라고 말하는 그 여우의 큰 소리가 들린다.

/주영빈ㆍ미 듀크대 TESOL 이수중

한국일보
----------------

글을 읽으신 담에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예전에 안산 백부님댁에 갔다가 그곳에서 불법취업해서 돈을 벌고있는 한 필리핀인을 만난적이 있습니다.
그는 비록 가난한 나라에서 온 불법취업 노동자였지만 전문대학을 나왔으며 그나라에선 공용어로 쓰이는 영어를 매우 잘 하는 친구였습니다.

그와 대화하면서 저는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그의 영어구사력은 매우 훌륭하지만 발음은 별로였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의사소통하는데 별 지장이 없었으며, 특히 그는 자신의 가족사와 희망 등을 구구줄줄 영어로 읊어댈만큼 영어로 말하기에 능란했습니다.
과연 이런 그를 두고 누가 발음나쁘다고 힐난하겠습니까?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선 조기유학붐이 일고 지금도 많은 사춘기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떠밀려 영어를 배우러 해외로 나가고 있습니다. 과연 얼마나 신통력(?)이 있을지 의문이 아닐수 없습니다.
영어학습과 관련하여 이점만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언어는 그나라의 문화이자 정신의 소산이다"

지금 서울 강남에는 방학때면 이런 우스꽝스런 여우들이 판을 칩니다.
비록 필요에 의해서 영어를 공부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제발 주체성만은 잃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003.8.11

'더캣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교종이 땡땡땡  (0) 2005.09.30
  (0) 2005.09.30
심통의 경제학  (0) 2005.09.30
진정한 친구가 되어준다는 건...  (0) 2005.09.30
자연은 느낌의 전체성이다  (0) 200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