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배양낚시터에서 (2026. 5. 3.)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6. 5. 3. 19:52

3주 동안 낚시를 못했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지난주엔

기관지 염증에 비염성 증상, 감기 기운까지 겹쳐서

기침을 심하게 했다.

일 관련해서 마찰이 있어

4월 한 달 내내 머리가 아팠다.

화와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오늘은 작정하고 가까운

배양리낚시터로 왔다.

 

4시간 동안 짬낚시.

 

저기압에 잔뜩 낀 먹구름에 비까지..

낚시하기엔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손맛은 봤다.

 

실은,

낚시터에 오기 전에 신점을 보고 왔다.

생전 처음이었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무속일을 해오신 분이셨다.

아침부터 예약이 어긋나 정오가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다.

 

직장일 때문에 계속 화가 났고

퇴사하고픈 마음까지 올라와서

자다 깨다 하기를 수차례.

스스로 어떻게 할지에 대한 결정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타로점에서도 계속 내 마음처럼 결과가 왔다 갔다 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냥 답답해서 왔다고 하니

인상 좋으신 무당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요즘 일이 꼬이고 꿈도 자주 꾸고 머리가 아프고 자꾸 자다 깨고

수시로 답답증이 올라오는 건

내가 당신네와 같은 신가물이어서 그렇단다.

내 뒤에 세 분의 조상님이 따라오셨고

내 안에 왔다 갔다 하신다면서

대뜸 당신 밑에서 무속일을 배워보지 않겠냐고 물었다.

내가 법사가 되거나 스님 해야 할 운명이라고 했다.

예전에 신점을 보려 했다가 예약이 깨진 것,

오늘도 아침에 예약이 어긋난 것 등에 대한

설명이기도 했다.

내가 신기가 있어서 무당에 따라선

나 같은 사람 점사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얘기 같았다.

내가 무속일은 생각도 안해봤다면 대신 타로 공부 좀 했었다고 하니

잘될 거라면서 나보고 무조건 그거 계속 하라고 하셨다.

잠실에서 타로하는 지인 분 소개 시켜주시겠다면서.

내 인생이 평생 일이 되다 안되다 했을 것이고 굴곡이 많았을 거라고도 했다.

 

 

 

삼재에 걸려있는 아내, 두 아이의 띠 얘기를 듣더니 

아이고, 라면서 그 악재들이 내 몸을 쳐서 더 힘든 거라고 했다.

집안의 악재들 때문에 오히려 내가 더 답답하고 더 아픈 거라고 했다.

직장 일 관련해서는 계속 더 부딪치면

퇴사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평생 답답하고 억울하겠지만

그게 내 타고난 운명이라며 참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훈장이셨던 할아버지로부터 기운을 물려받아 머리가 좋으며

내 아들도 대대로 그 가문의 명줄을 타고났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인덕도 없고 평생 외로우며

일부종사도 어려운 팔자여서 한때

방황도 했을 거라고 했다.

상문살이 중복으로 껴 있어

아버지가 올해 넘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도 했다.

작년부터 대운이 들어왔지만

주변 여건들과 내 운명 때문에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다.

수살귀도 보인다면서

낚시할 때는 가급적 여럿이 가는게 좋겠다고도 했다.

 

굿을 하자는건 아니라면서도

지체하면 내가 몸과 마음이 더 힘들어질 테니

상문살과 삼재풀이라도 하자고 했다.

굿은 아니라지만 현장 의식으로 진행할 거라는데

270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꽤 비싼 비용이었다.

기도할 때 같이 가자고 몇번씩 말씀하셨던 걸 생각하면

아무래도 나를 의식의 현장으로 와서 직접 경험해보게 싶으신 것일지도...

 

일단 내일까지 답을 주겠다고 하고

낚시터에 와서 앉아있다가 왔다.

 

예전 삼재 때 형을 잃었던게 마음에 걸렸지만 결국 제안은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당장 답답했던 직장일에 대한 답을 얻었으니 남은 악재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스스로의 의지로 헤쳐나가기로 결심했다. 직장 일은 억울했지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노조에서 소극적인 상황이라면 내려놓아야 할 것 같다. 뭐라도 시도해 봤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덕분에 불안을 이용해 무당분들이 돈을 버는 메커니즘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다만 무속에 대해 악의적인 감정은 없으며, 순전히 나의 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