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인 말들은 알게 모르게 사람의 감성을 불편하게 한다"
나와 친해도 나에 대해선 잘 알지못하는 한 사람이 내게 말했다.
"넌 너무 논리적이야"
"그래, 네 말이 맞을수도... 하지만.."
하지만....
그는 내게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려는 것일게다.
그는 내게 그러면서도 동의하지않는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줄 수 없다고 한다.
그 자신 내부의나에 대한 어떤 거부감 같은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게다.
난, 그런 그의 애매함이 늘 불편하다.
모든 것이, 이 세계가, 모든 존재가 분명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있는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나에 대한 그의 입장은 그스스로의 모순됨을 반영할 뿐이다.
사실 내가 그에 대해서불편했던건 그가 자신의 그 '혼란됨'을 잘 알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자신 내가 아닌 타자들에게 수없이 많은 논리와 당위성을 역설해왔을 터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그 자신도 이렇게 말하곤 했다.
- 도대체가, 이해가 안돼
- 내가 이만큼 해줬으면 그 사람도 이정도는 해줘야하는거 아냐?
- 사람이라면, 나에게 그렇게 하면 안되지..
이렇게 수없이 많은 말들을 그 자신이 해왔지만, 난 전혀 그의 말을 신뢰하지 못한다.
말에 기반이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수시로 말의 입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전적으로 말은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인간은 스스로가 말의 주체가 되지 못하며, 말을 지배하는 대신 말에 종속되기도 한다는 걸 다른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말의 비논리성과 허구성에 휘둘리지 않기위해서는 인간 스스로가 일관됨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 자기 스스로 인생에 대해서, 세계에 대해서, 자아에 대해서, 그리고 자기 이외의 타자에 대해서 끊임없이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픈 것이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비로소 말에 논리가 세워지고, 인생에 대해서, 세계에 대해서 단단한 의식이 세워지며, 타자의 논리에 대해서도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이러한 신념은 결국, 모든 것의 의미가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게 규정되는 세계(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입장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고있다.
199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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