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주목받는다는 것의 의미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6. 8. 24. 01:32

주목받는 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에피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블로그에 하룻동안 백명의 방문자가 다녀간 것도 그렇고,

일년만에 만명을 돌파하는 것도 분명 즐거운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한 아이가 왔다가 내가 게시판글 작성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아..글 올리시는 분이 선생님이셨군요."

그 아이에게 누가 답변글들을 올려주는지 궁금했었냐고 물었더니

이녀석, 뜬금없이 동문서답한다.

"답변다느라 많이 힘드시죠? 똑같은 질문들이 많던데..

어이없는 질문들도 많구요..^^: "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요며칠 퇴근시간 지나서 두시간씩 게시판글들을 정리했던 나의 노력들과,

더 오래전 이 부서 발령 후부터 열심히 게시판에 올라온 질문에

답변글들을 즉시즉시 업로드해왔던 나의 의지가

서서히 아이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게시판에 대해 다른 동료들의 말들이 많았다.

이런 게시판들이 생겨서 일만 더 늘었다는 불평들이었다.

나는 그런그들에게

내가 왜 게시판글들에 대해 관심과 많은 시간들을 할애해야 하는지를 설명했었다.

게시판은 우리 부서의 얼굴이고,

아이들이 우리를 판단하는 거울과도 같은 것이라고...

나의 답변글들은 대부분 짧다.

하지만 될수있음 핵심만 간단히 설명하려 했으며

가급적이면 당일 내에 처리해주고자 노력했다.

그것들에 대해 아이들의 만족도가 꽤 높았던 것 같다.

가끔씩 시비를 걸어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예의가 없는 말투에 대해 일일이 지적했다.

그런 식의 답변들을 통해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내가 바라는 것의 간격을 좁혀보고자 했는데

그 결과는 무척 고무적인 것이었다.

아이들의 질문들이 나의 답변형식을 닮아갔던 것이다.

산만했던 질문 내용들이 번호를 달고 구분되기 시작했고

내가 의도했던 대로 검색기능과 홈페이지의 안내사항들을 미리 참고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무엇보다 나를 기쁘게 했던 변화는

질문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이 인사를 먼저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녕하세요?','답변달아주시느라 수고가 많습니다,''더운데 고생많으십니다.' 등등..

게시판에서의 이런 변화는

직접 방문을 통한 상담시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고 있었다.

상담 후에 아이들은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갔고

전화상담시에도 통화종료시 대부분의 아이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내가 언성을 높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함부로 말을 하고 예의를 전혀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여지없이 야단을 쳤다.

사실, 나의 이런 태도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많은 아이들이 나의 지적에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인식했고

헤어질 때에는 대부분 죄송했다거나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아이들의 이러한 변화는 다른 동료들도 인정할 만큼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몹시 고달프고 정신적으로 피곤한,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근무하기를 피하는 부서에 발령을 받았지만

지난 6개월간 스스로 마음을 많이 다독였었다.

어차피 내 직업이 아이들을 위한 것인만큼

아이들을 통해 보람을 찾자는 생각이었다.

앞으로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언행을 더욱 조심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느껸다.

아이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만큼

착하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늘 고맙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해야겠다고

스스로를 격려하는 밤.

2006.8.24



Sergio Mendes&theBrasil-Scarborough F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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