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을 많이하는 것은 두렵다는 증거다.
두려움에 갇히게 되면 사람은 대개 두가지의 증상을 보이는데
침묵하거나, 필요없이 말이 많아지는것이 바로 그러하다.
그래서 말이 많다는 것은
스스로 나약하다는 증거다.
끊임없이 외톨이가 될까봐 두려운 나머지
쓸데없는 말을 해서 타인의 관심을 끌려고 하며,
남을 비방해서라도 끊임없이 자기편인 사람들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인간이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말 속에는
좋은 의미의 어울림과 동시에
편가르기라는 나쁜 습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습성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아서
인간은 순간순간 좋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아주 못된 짐승이 되기도 한다.
2.
침묵 속에 사는 사람은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한테 상처를 받았거나
자기편 만들기에 실패한 사람이다.
침묵하는 자는 그래서 말이 많은 자에게 매우 관대하지 못한 특성을 지닌다.
그의 어투는 항상 시니컬하다.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으로 가장된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설프게 말이 많은 사람은
가끔 침묵하는 자에게 호되게 당하는 법.
침묵하는 자는
말이 얼마나 인간을 나약하게 드러내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말 많은 자를 비아냥거림으로써
스스로의 무능을 위로받는다.
그러한 반면에 침묵하는 자는 말의 무의미함을 잘 알면서도
말에 의해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다.
타인의 쓸데없는 말들이 그의 상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말과 행위에는 분명 상관관계가 있다.
침묵하는 자는 그 양자의 관계에 대해 심오하게 생각해본 자이지만
스스로에게 내재되어있는 증오심과 적개심때문에
알면서 당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증오와 적개심은
침묵하는 자에게 치명적인 약점일 수 밖에 없다.
- 나의 괴로움은 바로 이러한 침묵에서 비롯되고 있다.
3.
좀더 깊이 배운 자는
침묵과 말을 적절히 섞어 사용할 줄 아는 자이다.
말로써 끼니를 잇는 자들이 대개 그러한데
그들은 적절한 단어를 사용할 줄 알며
상황에 따라 적절한 표현을 구현할 수도 있다.
증오와 적개심의 감정을 위트있게 변형시켜
사람들에게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4.
말과 행위사이에는 분명 사람됨을 규정짓는 어떤 일정한 규칙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과 단어들을 통해 존재가 규정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이것이 과연 진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인간의 내면 속에는
말로써 표현될 수 없는 그 어떤 감정의 실체가 있기 때문이다.
침묵이 그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침묵이 유발하는 사고(思考)가 그러하다.
사고 (또는 사유)의 방식은 분명
말이나 침묵보다 진실에 더 가까이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침묵이 지니는 증오와 적개심의 단계를 뛰어넘기만 한다면
사고의 방식은 인간에 대해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되어 줄 것이다.
5.
결국 인간은 말하되, 적절히 제어하면서 동시에 침묵해야한다.
침묵하되 증오와 적개심을 극복하고 사고할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얽힌 건 풀어야하고 풀어진건 다시 매듭지어져야 한다.
말과 침묵이 아니라 좀더 깊고 내밀한 사고의 방식을 통해서
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굳이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고의 결과까지 바랄 필요는 없다.
그저 나를 오랫동안 괴롭혀온이 모든 괴로움만 해결할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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