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그녀가 보고 싶다 ..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10. 1. 03:02

갑자기 그녀가 보고싶어졌습니다.

요 며칠사이 늘 마음에 걸리던 그녀였습니다.

퇴근하고 집에만 들어서면

그녀가 두팔을 우아하게 벌리며 나를 반겨줄 것만 같습니다.

그녀가 머물던 근처에만 가도

그녀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불고기를 먹을때에도 그녀생각이 납니다.


그녀는 토실토실한 몸매에 늘 천사의 날개처럼 하얗고 이쁜 털옷을 입고있었습니다.

그녀는 여느 아이들처럼 어려서는 한없이 심약하고 겁이 많아 특히 밖에 데리고 나갈때는

늘 누군가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녀는 여느 아이들보다 더 경계심이 강했고 늘 불안에 떨고 지냈습니다.

그녀의 정다운 친구가 무지막지하게 납치, 살해를 당하고서부터는

그 증세가 더더욱 심해졌습니다.

특히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릴때는 득달같이 나에게 달려와 몸을 웅크렸으며

집안에 있을때에는 신경질적으로 서있던 자리를 맴돌곤 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그녀에게 더더욱 신경이 쓰여졌고

그래서 그녀가 최고로 좋아하는 불고기를 해주었으며

물도 영지달인 물로 정성껏 보살폈습니다.

이런 정성탓인지

어느덧 성인이 된 그녀는 제법 멋진 폼새를 자랑했고

몸집 또한 제법 위엄까지 갖출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는 이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녀는,

자기를 보살펴준 것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기꺼이 자기의 몸을 버렸습니다.


나는 그런 그녀가 너무나 애처로웠습니다만,

더이상 나도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이제 복날이 다가옵니다.

그녀가 우리집에 같이 살게되었던 것은 순전히 딸아이가 원해서였습니다.

그랬던 이유로, 그녀가 발가벗겨진채로 부모님댁 밥상에 올라왔을때 딸아이는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내가 조금만 마음을 바꾸었다면 그녀는 이달 16일까지는 살수 있었을 겁니다.

그것이 너무나 마음에 걸립니다.

딸아이에게는 말을 아직 못했습니다.

내가 그녀를 잡아먹었다는 말은 평생 못할겁니다.
.
.
.
.
그녀는 우리집에서 키우던 암탉이었습니다 메롱~~~~~~~~~~~~~~~ㅋㅋ

200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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