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빅초이에 대한 단상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10. 1. 03:04

빅쵸이에 대한 단상

며칠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선수 최희섭의 투혼이 미국에서 큰 감동을 주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내용인즉, 공중에 뜬 볼을 잡으려다가 같은 편 선수와 부딪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끝까지 잡은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강한 승리에의 집념을 보이면서 병원으로 실려갔고 결국 팀은 역전승을 했다는 얘기였다.

홈팀 관중들은 자기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빅초이를 연호하며 팀동료들의 파이팅을 유도했고 선수들은 모두 부상으로 실려나간 최희섭을 위해 뛰어 팀이 이겼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희섭은 병원에서 깨어나자마자 팀의 승리여부를 물었다는 신문기사도 나왔다고 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만 본다면 나름대로 감동적인 한편의 스포츠드라마라 보아줄 정도는 될 듯하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식 감동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최희섭이 하룻동안 가벼운 뇌진탕증세로 입원해있을 때 그 병원 앞에서는 미국 유수의 언론사 기자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있었다고 한다. 그들은 수시로 최희섭의 몸상태를 체크하여 기사로 내보냈으며 미국의 텔레비전방송에서도 최희섭의 기사는 수시로 큰 뉴스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나라 사람도 아닌 한국인 선수가 이렇게 실력 외에 인간미로 미국인들에게 본보기가 되었다는 점은 사실 매우 유쾌한 사실이긴 하다. 그런데도 왜 나의 마음 한켠이 이리도 뾰루퉁한 걸까... 앞서 말했던 ‘미국식’ 이란 것 때문인게다.

나는 금번일로 최희섭이 지난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시 영웅이 되었던 한 미군여병사와 같은 꼴이 되지 말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라크 전쟁에서 영화 라이언일병구하기를 모방한 미국의 허위적인 포로구출쇼로 인해 한순간 영웅에서 피해자가 되어 온갖 멸시와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살아가고 있을 그 여자병사를 생각하면, 미국식 영웅주의란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이 깊어지게 된다.

최희섭은 분명 이번일로 한동안 미국민들에게 영웅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물론 실력발휘가 전제조건일 터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을 가벼이 한다면, 그는 또다른 미국식 영웅주의의 한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미국은, 미국인들은, 미국의 지도자들은 자기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거짓 영웅만들기도 서슴지 않는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지도자들은 미국민들이 감동에 목말라하고 있음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수시로 이점을 자기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이용하는 것에 능하다는 점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점은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 리더나 최희섭이 속해있는 팀의 단장과 같은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금번 최희섭의 일은 우리나라에서는 하룻동안의 얘깃거리가 될 수는 있다지만, 우리나라보다 몇배 큰 미국이란 나라에서처럼 그렇게 호들갑스럽고 떠들썩한 뉴스거리는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미국에서 야구가 미국민들에게 차지하는 정도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이번일은 분명 미국식 영웅만들기와 상업주의가 교묘히 작용된 결과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박찬호의 부진으로 속상한 터에 한편으론 최희섭의 한국인다운 근성과 투혼이 뿌듯하긴 하다. 그가 좀더 성장해서 베이브루스 이상의 홈런실력으로 미국 최고의 야구선수가 되기를 기원한다.

20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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