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인간의 얼굴과 침묵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10. 1. 03:01



인간의 얼굴은 침묵과 말 사이의 마지막 경계선이다. 인간의 얼굴은 말이 튀어나오는 벽이다....침묵은 얼굴 속 어디에나 있다. 침묵은 얼굴의 각 부분들의 밑바탕인 것이다.
두 뺨은 양편에서 말을 가려 덮고 있는 두 개의 벽이다. 그러나 바깥을 향한 콧날의 가파른 움직임에서는 양뺨의 표면 사이에 함께 모여있는 말들이 바깥으로 나올 길을 찾으려 하는 것이 보인다.
이마의 궁륭에서는 침묵은 외부로 나오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이슬처럼 내부로 방울져내린다.
두 눈 - 그 열려진 양틈으로부터 말 대신에 빛이 나온다. 그것은 얼굴 안에 모여 있는 침묵에게 밝음을 가져다 준다....
입 - 그것은 마치 제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침묵의 강요에 못 이겨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너무도 충만된 침묵이어서 말을 통해 긴장을 완화시키지 못한다면 그 침묵은 얼굴을 파열시켜버릴 것처럼 보인다. 마치 침묵 자신이 입에게 말들을 속삭여주고, 그리고서 입이 말을 할 때면 침묵은 자기 자신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
예전에 한 인간의 얼굴 속에 깃든 침묵의 힘은 아주 컸었다. 인간의 얼굴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은 그 침묵에 흡수되어 버렸다. 그 때문에 세계는 언제나 사용되지 않은 채, 소모되지 않은 채로 있었다.

-막스 피카르트 <침묵의 세계>발췌

올만에 예전에 읽던 책들을 꺼내 먼지를 털고 손에 쥐어봤습니다. 부분 부분 밑줄그어진 문장들-당시 저의 맘을 울리던 그 글들이 새록새록 새싹처럼 제 맘속에 피어올랐습니다...그시절 열정이 무척 그립습니다.

2001.11

'더캣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미안 중에서 ..  (0) 2005.10.01
그녀가 보고 싶다 ..  (0) 2005.10.01
연극배우의 자의식에 관한 짧은 고찰  (0) 2005.10.01
전태일평전을 읽고 ..  (0) 2005.10.01
4월을 보내며 ..  (0) 200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