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386과 나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9. 30. 01:33

요즘 정치를 보면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된 후 대거 중용된 386세대들이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비록 요즘 정대철 최고위원의 반발에 부딪쳐 주춤거리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긴 하지만 노무현 정권아래서 이들은 분명 주역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386세대란 누구를 말하는가? 다들 아는 바이겠지만 이들은 386세대란 30대의 나이에 80년대 학번이고, 또한 60년대생인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서 ‘3’은 삼십대의 나이를, ‘8’은 80년대의 학번, ‘6’은 6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을 의미한다.

노무현씨는 대통령이 되고나서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그중 많은 부분들은 분명 예전의 구세대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고 때로는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등 일견 파격적이라 불릴만한 행보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행보들에 대해 ‘가볍다’느니, ‘신중하지 못하다’느니 하는 등의 비판이 있다. 야당과 보수계의 비판을 위한 시각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요즘의 정국을 지켜볼때 나 또한 어딘지 개운치 못하다는 인상을 가지게 된다.

나는 35살이고 88학번이며 69년생이다. 말 그대로 386세대의 막차에 올라탄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대학 후 툭하면 수업거부와 시험거부를 종용하던 선배들의 이미지에서 느꼈던 생소함과 이질감이 여전히 나를 어정쩡한 386으로 만들고 있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계속 이어져온 이런 거부감 때문이었을까? 나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씨를 대통령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이회창씨에게 투표를 한 것도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은, 특히 수업거부, 시험거부를 종용하던 대학 선배들이 이런 나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당시 모든 게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되었고 나는 그 결과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오히려 세상이 이전보다는 좀더 합리적으로 변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걸었었던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삼십대의 나이에 들어선 지금 386세대에 온전히 정착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대학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돌이켜보면 선배들과는 조금씩 달랐던 것 같다. 술을 권하고 데모를 선동하고 수업거부, 시험거부를 주도하던 그 시절의 선배들, 지금의 청와대 참모들이 일관되게 외부로 시선을 두었던 것과는 다르게 나의 시선은 늘 내부로 향해 있었다. 그 시절 나는 선배들에게 적당한 친밀감을 보여주고 그들의 자리에 끼어 외부로 향해 거침없이, 제대로 정리가되지 않은채 쏟아져 나오는 말들을 정리해보면서 한편으론 그들에게 속해지지않는, 숨겨진 나를 발견하는 일에 집중하였던 것 같다. 당시 종교에 대한 고찰과 토론에 집중하고 즉흥적으로 여행길을 떠나고 헷세의 책들을 탐독했던 이유도 타자보다는, 사회정의보다는 나와 인생, 정신적 자유를 더욱 갈망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나는 어쩔수없이 386세대의 막차를 타긴 했지만 목적지는 그들과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나는 외로우며 여전히 나는 정신적 자유를 찾아 방황한다. 그래서 나는 비록 좌충우돌일지라도 비교적 안정적인 토대위에서 보여지는 신념과 가치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386선배들의 행보가 가끔 부러울 때가 있다.

그래도 나는 계속 나의 길을 갈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좀더 근원적이고 개인적인 가치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이것은 내 의지의 작용이라기 보다는 좀더 근원적인, 성향의 문제일수도 있으리라. 이런 점에서 나는 386세대라기보다는 세기말적 인간형에 가까운 건지도 모르겠다...

2003.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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