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슬픔의 깊이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9. 30. 01:31

어제 초상집엘 다녀왔습니다. 그저께에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러 다녀왔었습니다. 자정무렵엔 메일을 한통 받았는데..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하고 의지하는 부모님의 암진단 소식을 실어온 친남매같은 동생의 소식이었습니다.
이 동생은 제가 방송할 때 자주 왔던..늘 말수가 적고 예의바르면서도 가끔씩 제나이에 맞는 명랑함으로 빛나던 착하디 착한 아이였는데, 세상에..이렇게 아름답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이에게도 이런 슬픔이 찾아오다니..
제가 사람이 죽고 사는 소식에 놀랄 나이는 이미 지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삼 이 한통의 메일에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제가 그 동생과 친해서이기도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습니다.
실로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이들과 대화하면서 점점 저는 제가 가진 슬픔이 깊지 못함을 절감했습니다. 널, 이해해..이 말이 얼마나 하기 힘든말인지, 얼마나 하기 어려운 말인지를 말입니다.
저는..누구나 그러하듯이..자기의 슬픔이 제일로 깊고 아프고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그 슬픔에도 깊이가 있고 사람마다 차이가 있음을 알게되었던 것입니다. 흔히들 그렇게 얘기하지요..슬픔은 상대적이라구..그말이 전 요즘 얼마나 무성의한 말인가를 다시한번 깨닫고 있습니다. 전, 주변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들을 들으믄서 제 자신이 참으로 행복하게 살아왔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상살이는..서른넷의 나이로도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고, 더구나 다른사람의 인생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것인가 봅니다.
그 동생에게 즉시 답멜을 보내면서 저는 그 어떤 말로도 그 아이에게 위로가 되지 못함을 솔직히 인정해야 했습니다. 제가 그 아이에게 해준 말은 힘들게, 안타깝게, 작은 목소리로 겨우 ..이 한 말 뿐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스물일곱의 나이에 아버지를 잃게될지도 모르는 슬픔과 아픔은, 부모를 모두 가진 저에겐 솔직히 공감할 수는 없는, 낯설기만 한 사건이었습니다. 저에게 닥쳐와 제맘이 힘들어지는 그런 일은 분명 아니거든요. 머리로 이해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만, 가슴으로 그 동생과 똑같이 느낄수 있는 슬픔은 분명 아니거든요..참으로, 사람의 슬픔은 깊이가 사람마다 다릅니다. 자신이 살아온 범위 안에서만 가슴으로 공감이 될 뿐입니다.
지금껏 제가 경험해온 슬픔은 어떤이에겐 투정일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합니다. 오늘부터 차가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슬픔의 깊이를 느끼면서 다시 인생에 대해 겸허한 사람의 자세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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