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맹모삼천지교? 쳇!!!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9. 30. 01:32

제가 사는 집은 4층짜리 단아한 빌라입니다.
어느날
늦게까지 일을 마치고 집에돌아오니 윗층에 사는 이웃이
이사를 가기로 했다고 아내가 말하였습니다.
아직 계약기간도 안끝났는데 왜가는가 의아해서 물어봤더니
아이들 교육때문이었답니다.
참고로 그집 가장은 저와 같은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이고
자녀들은 네살 두살입니다.
전 울 딸이 5살인데 아직 유치원에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가기 싫어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울 딸 또래 자녀들 키우는데 벌써 교육문제 운운하며 이사를 간다니요??
이에 대한 답은
아내의 부연설명을 듣고서야 어느정도 풀렸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빌라와 아파트촌이 밀집된 지역입니다.
어떻게보면 인정하긴 싫지만 나름대로 격차(?)가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이런 차이가
엄마들끼린 그럴수 있다지만 아이들 사이에서도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엄마들끼리 처음 만나 하는 인삿말이,
"(아파트) 몇단지사세요?"
- 이경우 빌라사는 아줌마들은 당연히 야코가 죽습니다 ㅡㅡ;;
아이들끼리 처음 만나 하는 말,
"너네집 몇평이니?"
"너네집 무슨 차야?"
"너네아빠 모하는 사람이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처음에 말한 윗집사람들의 경우
유치원에서 모자가 똑같이 그런 대우를 받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런곳에서는 도저히 아이를 교육시킬수가 없다,
차라리 집값이 싼 의정부로 이사가서 집 넓게 살면서
마음편하게 아이를 (유치원, 학교에)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이사오기 전 살던 사람들이
아이들 학교때문에 좁은 아파트로 이사간다고 했던 말이
심정적으로 어느정도는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차별(?)로부터 아이의 기를 살리기 위해
좁고 불편한 아파트로 이사를 간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기가막힐 노릇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엄마란 사람은 인근 어느지역보다도 드센
초등학교내 치맛바람에 또한번 휩싸여 필사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
뻔하였습니다.

옛말에 맹모삼천지교란 말이 있습니다.
요즘 많은 엄마들(사실은 무식하고 막되먹은 일부 아줌마들)은
스스로가 맹모에 비견될 만하다고 자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요즘 엄마들의 자녀에 대한 노력은 정도상으로는
맹모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겁니다.
하지만 과연, 이들이 맹모와 감히 비교대상이나 될런지요..
후후..
전 이런 아줌마들을 감히
이기적이고 빗나간 모정의 대명사 '팥쥐엄마'에 비교하겠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이제 저또한 이런 문제를 그저 강건너 불보듯 할 나이를
이제는 넘어온듯합니다...
제 아이를 대안학교 같은 곳에 보내 교육을 받게하고싶다는 내 작은 소망은
그저 아무한테나 짓밟혀버리는 잡초처럼
아이에게 아무 소용도 안되고 내 자신 너무 순진한 것이 아니었나 싶은
회의감도 스쳐갔습니다.....
교육의 질이 아니라 교육받는 아이들의 환경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어지는 현실에 대한
반발감과 무력감에 저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새로운 싸움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2003

'더캣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부  (0) 2005.09.30
386과 나  (0) 2005.09.30
슬픔의 깊이  (0) 2005.09.30
어떤 중심  (0) 2005.09.30
맑고 투명하게 산다는 건 ..  (0) 2005.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