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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3. 12. 1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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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받으러 30분거리 옆동네를 다녀왔다.
30분 전에 도착할 수 있게 출발했지만 결국, 검진을 받지는 않았다.
병원 근처에 30분 전에 도착했지만 
병원 입구까지 가는 좁다란 도로 위에서 나머지 30분을 다 써버렸고
겨우 도착한 병원 주차장에서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어서...

사실은 화가 많이 났었다.
월요일에, 게다가 비까지 오는 날이라는건 알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이 난장판을 안내했어야 했다는게 내 생각.

하지만 교통 경찰, 시 공무원, 병원 관계자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고
도로 위 운전자들만 이 난장판을 감당해내야 했던 그 30분이
결국 내 인내심을 박살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주차 빈자리까지 확인하는 시스템 하나 없이 
끊임없이 차들을 주차장으로 밀어넣는 병원의 안내도 너무 어이없었다.
"이런 비효율은 너무너무 화가나서 봐줄 수가 없어"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했던 말.

결국 건강검진은 내년 1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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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다 보니 유튜브에도 내년 운세에 대한 영상들이 많이 보였다.
때가 때이니만큼 그냥 재미로 띠별 운세 몇개를 봤다.
무당들 마저 늘 불쌍하다고 말하는 닭띠가
다행이 내년에는 좋단다.
신의 가물이어서 촉이 좋고 일 잘하고 주관도 올곧지만
그 탓에 사람들의 질투를 받고 구설도 있으며 
알낳고 사람들에게 뺏기는 닭이기에 
늘 남좋은 일만 하는게 닭띠였는데
드디어 닭띠와 합이 좋은 용의 해인 내년에 잘 된다고 한다.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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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무당이나 역술인들이
연예인같은 유명한 사람들 데려다놓고 사주나 운세를 봐주는 
그런 영상들도 있는데
재미있어서 몇 개 봤다.
보다보니 문득 깨달은 게,
결국 타인은 나의 거울이라 하지 않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성격 탓 얘기도 많이 나오는데
어떤 경우는 나한테 하는 것 같아서 뜨끔했었다.
그래서 올 해를 마무리 하면서
스스로 다짐 몇가지를 적어봤다.
- 말 수 줄이기 (특히 지적질)
- 가족에게 표현하기
-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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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전 부서 부하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녀석들은 꼭 투정을 하곤 한다.
힘들어요, 팀장님 계셨을 때가 좋았던 것 같아요~
이건 그냥 날 위한 얘긴지, 아님 자기들 힘든걸 알아달란 얘긴지 원.
더구나 나 들으라고 하는 좋은 얘기면 
늘 내 입에서 타박이 나오는걸 알면서도 매번 저러네. 
하긴, 같이 일할 때 내가 얼마나 자기들을 위해주었는지 
진짜 모르는 것 같긴 하다.
내가 어쩌다 혼낼 때도 지들을 위한 소리란걸 그땐 잘 몰랐겠지.
사람 마음이란게 서운한걸 먼저 생각하기 마련이니.

내가 인복이 박한 것 같긴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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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모처럼 포근한 날씨여서 오후에 집 근처 새말낚시터를 찾았었다.
사람들도 꽤 많았는데, 이상하게 나만 낚시가 잘 안됐었다.
그냥 그렇게 이 주 연속 꽝.
마음이 편치 않았다.
꽝 친것 때문이 아니라
낚시터에 살고 있는 새끼고양이 때문.
삼색이 어미고양이랑 고등어형제 고양이가 있었는데
지난 주에 갔을 때부터 나머지 가족들은 보이지 않고
이 녀석 혼자 마룻바닥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난 주에 캔 두개를 따주었더니 허겁지겁 먹던 모습이
계속 기억나서
어제도 캔 하나를 주고 왔는데 어찌나 잘 먹던지...
결국 차에 남아있던 추르 하나까지 짜주고 왔다.
이 낚시터도 17일에 영업 종료되면
사람들한테 얻어먹을 수도 없을텐데
어미랑 형제고양이까지 없으면
이 차디찬 겨울을 어찌 살아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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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가 재발해서 한달 넘게 다시 병원을 다니는 중.
처음엔 많이 심적으로 위축되기도 하고 
화도 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그냥 웃으면서 아내에게 농담도 한다.
정 안나면 삭발하고 다니지 모, 하하.
아내는 내가 그런 말하면 이젠 정색하고 아무말도 안한다.
늘 아이들에게만 신경쓰다가 
내가 너무 힘들어하고 회사 그만 다니고 싶단 말도 하고
몸까지 이렇게 탈이나고 보니
이젠 내 생각좀 해주는 것 같다.
사실 현모양처가 꿈이어서 결혼과 동시에 직장 관두고 
내내 살림만 했던 아내.
가끔은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어쩌면 아내는 그동안 나란 사람을 
너무나 단단하고 튼튼한 아름드리 나무처럼 믿었던 건 아니었을까.
최근 몇년간 결혼기념일도 잊고 살았던 미안함과,
지금까지 가족보다 일을 먼저 생각하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 억울하기도 해서
아내가 원하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경비는 내 숨겨둔 비상금에서 탈탈 터는걸로 +_+

 

 

Chanin - More Than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