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침묵의 세계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23. 12. 12. 23:18


침묵이 존재하는 곳에서 
인간은 침묵에 의해 관찰당한다. 
인간이 침묵을 관찰한다기보다는 
침묵이 인간을 관찰한다. 
인간은 침묵을 시험하지 않지만 
침묵은 인간을 시험한다.

30년 만에 꺼내본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첫 장에 나오는 글.

인간들이 스스로 침묵을 견뎌내지 못하고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소란스러워지고 고요해졌다가
슬프고 아름다웠다가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침묵이 인간이 관찰하고 시험한다는 표현은 참으로 적절하다.

말이 그치는 곳에서 침묵은 시작된다.
그러나 침묵은 말이 그치기 때문에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 비로소 분명해진다는 것 뿐이다.

가끔씩 내 인생이 참 고단하고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건
내가 수다스러운 어른이 되면서부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나는 다시 하루종일 입을 앙다물고 사람들을 바라만 보던
열 세살의 소년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관찰 당하는 자가 아닌, 관찰자의 눈으로 
다시 세상을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침묵을 통해 참된 말과 행위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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