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답답합니다
장애학우들에 대한 대학들의 관심이 촉구되어야한다는데에는 이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기사화되려면 좀더 크게 봐야하지 않나요? 왜 수년전의 기사와 똑같은 내용들이 반복되는 거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지는 만큼 기자님들의 의식도 더 높아져야하는 것 아닌가요? 진짜 문제가 무엇이겠습니까? 사립대학들이 돈이 엄청 드는 장애학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누구보다 사회적 책무가 필요한 국립대학들의 현실은 들여다보셨나요? 이미 수년전부터 전국의 대학들에 대한 장애학생 관련 평가가 실시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제대로 알고 있는건가요?
오늘 우연히 장애학생에 각 대학들의 실태에 관한 기사를 봤다.
(대부분 대학들 "장애인특수교육법, 그게 무슨 법이죠"
http://media.daum.net/society/view.html?cateid=1001&newsid=20090412191706977&cp=)
이런저런 실상을 충실히 전달하고자 많은 조사를 했고 노력을 했다는 점은 인정할 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화가 몹시 났다.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는듯이 보였어도 정작 핵심은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기사였기 때문이었다.
수년간 겉은 달라고 이런 식의 수박 겉핥기식 기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더 화가 났다.
예전에 기획처에서 근무할 때
교육부(현 교과부)에서 최초로 실시했던 대학 장애학생 복지에 관한 평가업무에 관여했었다.
당시 장애학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워낙 미비했던 탓에
교육부에서는 엄포 반, 설득 반으로 평가를 밀어붙였고
그로 인해 관련 업무 담당자들이 무척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 하는 평가라 노하우가 있을 수 없었고
교육부에서도 오락가락 하는 일이 많았다.
결국 국회의 지원을 얻어 평가 후 우수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기로 약속함으로써
겨우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우리 대학에서는 특히 시설 분야에 집중했는데
그에 따른비용이 상상 이상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짧았던 탓에 시설과 교육 두 가지 중 선택을 해야했고
우리 대학은 결국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시설쪽을 선택해서 집중했었다.
예산부서에는 평가 후 재정지원금으로 비용의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었다.
결국 우리 대학은 시설 우수대학으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재정지원금은,
'평가결과가 너무나 열악해서 지원이 시급한' 국립대학들에게
나눠먹기식으로 배분되고 말았다.
상당수의국립대학들이 장애학생을 한 명도 뽑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것이 장애학생 지원에 관한 교육부의 진실이다.
2년 후 또다시 평가가 돌아왔을 때
교과부에 근무하게된 후배가 전화를 해서 평가담당자라고 거드름을 피웠을 때
야단을 쳤었다.
평가에 대해 제대로 알고나 얘기하라고..
장애인에 대한 책무를 사립대학만이 지게 해서는 안된다.
아니, 설사 그렇게 된다해도 그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되지는 못한다.
우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높아져야 하고
그 다음에 사회적 책무를 크게 지니는 국립대학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대부분의 수입을 등록금에 의존하는 사립대학들에 대해서도 재정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장애학생 지원을 위해서는 당신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2만명의 재학생보다 20~30명의 장애학우들을 위해 그 만한 비용을 투자하는 대학이 있을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결국 나머지 재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지출될 수 밖에 없으며
그것은 결국 등록금 인상의 또다른 요인(혹은 빌미)이 될 수 밖에 없다.
불편하지만 이것이 진실이다.
기자는 대학들보다 장애학생을 위해 정부(교육부)가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지원을 했는지를
먼저 따졌어야 했다.
그런 다음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국립대학들은 또 얼마나, 어떻게
장애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는지를 따져봤어야 했다.
장애인에 대한 책무는 사립대학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정부(교육부)와 국회, 국립대학들이 솔선해서 지원에 나서야 한다.
장애인은 우리와 더불어 사는 이웃이고
정부로부터일반 국민들과동등하게 존중받아야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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