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꽤 오랫동안 심지어 제 싸이월드의 제 미니홈피에도 글 한 줄 남기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 연속으로 글 두 개 쓰려니 힘들고 머리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졸립고 엄마도 좀 보고싶고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면 못 쓸 것 같아서, 법대의 강의석 학우님께 '공개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굳이 '공개 편지'라는 방식을 택한 것은 얼마전에 한 잡지를 통해 우연히 강의석 학우님의 '공개편지'를 읽게 되어 우선 학우님이 이 방식에 친숙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고 둘째, 사적인 편지로 조언하기에는 (저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강의석 학우님이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지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 굳이 이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까닭은 속칭 '컴맹'인 저에게 제가 잘 모르는 법대 학우님과의 소통 공간은 이 '법대마당'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학우님께서 읽지 않게 되실 수도 있다는 염려도 들지만, 부디 읽게 되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저의 글에 대한 어떠한 대응-반박, 욕설 등-도 감수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우선 저의 소개를 해야겠습니다. 저는 법대 03학번 차진태입니다. 강의석 학우님과는 뵌 적도 없고, 인사한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강의석 학우님께 편지를 써야 겠다고 생각한 것은 저의 좁은 식견에 의하면 강의석 학우님은 '매우 위험한 상황'일 것이라는 억측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독실하지는 않지만 천주교 신자로서, 같은 공동체(서울법대)의 구성원으로서, 강의석 학우님의 '위험'(물론 제가 판단한 것입니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비록 제대로 아는 것 하나 없는 저이지만, 제가 공부한 바로는 사람은 자신이 성공했던 방식을 반복하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공부를 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사람마다 다른데, 매일 밤새 공부해서 시험 보던 사람은 쉽사리 아침에 공부하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를 보면, 기업 CEO로서의 리더쉽(별명이 불도저였다죠)을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향을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남들이 뭐라고 한다고 하여 결코 쉽게 고쳐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본인이 성공했던 방식으로 이미 체화된 - 아마도 본인들은 대개 그것이 '자신'이라고 느낄 정도로 -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저는 강의석 학우님께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학우님은 저를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사실 학우님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습니다. 학우님보다야 훨씬 보잘 것 없었겠지만, 저 또한 고등학교 때 속칭 "청소년운동"이라는 것에 발을 담그었었고 그 친구들 사이에서 학우님의 이야기는 회자되곤 했습니다. 또한 작년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법대 학우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 중에는 물론 학우님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지요.
저는 학우님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속으로 자주 놀라고는 했습니다. 그것은, 학우님의 언행에 무시로 등장하는 '폭력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폭력성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성장시켜왔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유명한 고교시절 종교자유투쟁이 있었지요. 저는 그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종교 자유도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단식 투쟁까지 해야 하는 걸까?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절박하게 만들었을까?' 그리고 그 뒤 학우님께서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저희 학교에 입학하셨습니다. 그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욕을 하였지요. "서울법대 들어가려는 쇼를 한 것 아니냐"구요. 하지만 저는 그런 것보다는 학우님의 그 방식에 좀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 사람들 말이 맞다면, 학우님께서는 대학입시에서의 성공을 위해 단식쇼를 벌인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저는 '이런 게 말이 되나?' 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 저는 2학년 2학기를 휴학하고 입대를 했으므로 - 군에서 본 TV에서 우연히 학우님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학우님께서는 권투 선수가 되셨다고 하더군요.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권투 선수 생활 중 머리에 부상을 입으셨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또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대학생이 갑자기 권투 선수가 될 수도 있지만, 머리가 다칠 정도로까지 연습이나 시합을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운동삼아 하는 사람도 많지 않나? 무엇이 저 사람으로 하여금 저렇게 권투에 열중하게 만들었을까?
작년, 학생회장을 하던 저는 학우님에 대한 이야기 몇 가지를 더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의심하는, '폭력성 표출'에 관한 사례들이지만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 있으므로 제외하고 한 가지만 하겠습니다. 얼마 전부터 호스트바에서 일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룸살롱이라는 공간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성적 폭력이 자행되는 공간이라면, 호스트바라는 공간 또한 성매매 남성들에 대한 성적 폭력이 자행되는 공간입니다. (제 주위의 제가 아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면 그것을 즐기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성매매 업소들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있어서 성적 성향에는 가학성/피학성의 확장 위험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적 영역에서 폭력이 자/타에게 자행되는 공간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래서, 저는 두렵습니다. 강의석 학우님은 무엇 때문에 자신을 학대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계신 건가요?
강의석 학우님은 매우 위험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요. 얼마 전 '태환아 군대가'라는 글을 보고 저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내용의 부드럽고 거침을 떠나서,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제가 지금까지 접한 어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혹은 평화주의자들의 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폭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박태환 선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담은 그 글은, 적어도 박태환 선수는 전혀 배려하지 않은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금의 인생을 살아 오면서 제가 두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사람은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말한다'는 점과 '내가 나의 노력과 성취에 대해 인정받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노력과 성취에 대해서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박태환 선수에게 "군대 가"라는, 어쩌면 박태환 선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나 할 수 있을 법한 말을 (제가 볼 때에는) 전혀 가깝지 않은 사람인 학우님께서 상대의 '눈치'를 보는 겸손한 문구가 거의 보이지 않는 글로, 그것도 '공개 편지'의 형식으로 썼다는 것이 저에게는 충격이었습니다. 징병제가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운동선수가 올림픽 메달받고 군대가냐 안 가냐의 문제도 아닙니다. 강의석 학우님께서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떻게 그렇게 철저히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편지글'을 쓸 수 있으셨나요? 적어도 그러한 서술이, 종교적, 혹은 비종교적 평화주의를 제창하며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운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과는 전혀 배치되는 폭력적인 서술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병역거부운동에 누가 될 수 있음을 고민해 보지 않으셨던가요? 사실 저는 평화주의 운동을 했던 사람도 아니고 하는 사람도 아니기에 어쩌면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편지이기에 용기를 내어 한 말씀 드려봅니다. 어쩌면 강의석 한 사람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비호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고민해보신 적이 있던가요? 징병제를 합헌결정하면서 대체복무제 도입 권고를 설시한 헌재판례에 따라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던 국방부가 정권이 바뀌면서 원점검토로 돌아섰고, 그에 따라 전국의 법원들에서 그동안 재판을 미뤄왔던 양심적 병역거부 재판들이 속속 진행되면서 또 하나둘,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끌려가고 있고 한 지방법원에서는 다시한번 위헌법률심사제청을 얼마전 올린 상황인데, 어쩌면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수 있는 상황인데, 도대체 어떻게 강의석 학우님은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글을 쓰실 수 있었던가요? 학우님의 편지글에 대한 포털사이트의 비난리플들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정작 숨죽이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학우님의 '동지'들이잖아요.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강의석 학우님은 매우 위험합니다. 적어도 고교 때 단식투쟁, 권투선수활동, 호스트바 등은 학우님 본인의 폭력성 혹은 가학성의 결과 학우님 본인에게 피해가 갑니다. 저는 이대로 가다가는 학우님이 또다른 간접적 자해행위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입대거부를 통한 감옥행이 있겠지요. 저는 학우님께서 감옥에 가셔서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박탈당할 1년 6개월 동안 어떤 행동을 하실 지 솔직히 매우 두렵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강의석 학우님은 이미 자신의 정체성 중 하나로 언론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내면화한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제 말은, 학우님께서는 그것이 자신의 본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리고 제일 처음 말씀드린 대로, 그것을 통한 '성공의 경험'으로 인하여 학우님은 누가 뭐라해도 그러한 행동양식을 고치기 힘들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렇기에 '역치의 법칙'을 가진 언론의 속성에 비추어 본인 스스로 더욱 극단적인 행동양식들을 선택할 확률이 높지요. 하지만 이번 '태환아 군대가'라는 글을 보며, 그것이 타인에의 폭력으로 전이되지는 않을까, 하는 위험한 낌새를 느낍니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지 모르지만, 제가 생각할 때 이미 강의석 학우님께서는 그 편지를 통해 박태환 선수에게 정신적 피해-어쩌면 박태환 선수의 수영연습 목표 중 하나였을 수 있는 '군면제혜택'을 거부하라는 발언(명령 혹은 군대를 거부하는 자신을 과시함으로써 거부하지 않고 있고 거부하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는 상대방 비하)은 박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하는 듯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를 입혔기 때문입니다. 물론 박 선수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을 수도 있지요. 하지만 박 선수가 아무렇지도 않으냐 하는 문제와 강 학우님이 가해행위를 했느냐는 문제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에는 강의석 학우님께서는 반드시 자신의 폭력성을 조절/통제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신 것 같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짧게 쓰려고 했는데... 한 마디만 더 첨언해도 될까요? 저는 강의석 군이 그렇게 강력히 반대하시는 군대에 자원해서 다녀왔습니다. 육군 현역을 자원했었어요. 공부도 싫고 데모는 힘들고 여자친구는 미국가고 해서(이건 좀 아닌가요?^^;;;;) 대충 눈치봐서 남들 갈 때 맞춰서 갔어요. 당시 속칭 '운동권' 학생이던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돈 없고 빽 없고 가진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들은 어쨌든 군대 끌려 가지 않나? 내가 안 가면 나 대신 결국 누군가 끌려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학생운동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그들과 그리고 나는 가끔 데모 나가는 걸 제외하고는 너무 편안하고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들을요.
솔직히 양심적 병역거부를 할 신념도 용기도 없었지요. 기본적으로 잘 몰랐구요. 하지만 21살이었던 저의 생각에 대하여 저는 책임을 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하시는 분들께도 많이 공감하구요. 저는 비록 군에서 폭력을 경험하였고 나와서도 '치유'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지만, 저 자신에게만큼은 폭력적이지 않았습니다.(타인에게 폭력적이었죠ㅠㅠ) 그런데 강의석 학우님의 행동양식들과 글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으면 너무 쉽게 폭력성이 노출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제 기우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참석한 지난 주일 미사에서 읽은 독서에서 그러더군요. "너의 형제가 잘못하였다고 생각할 때에는 너에게 그것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 구요. 제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지금 강의석 학우님께서 매우 위험한 길을 걷고 계시고 그것이 종국적으로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매우 나쁜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렇게 편지를 쓰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공개편지에 저에 대한 이야기까지 쓰게 되니 몹시 부끄럽네요. 하지만 이 편지를 통하여 강의석 학우님의 마음이 조금 움직여 삶의 방식에 대하여 한 번 정도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강의석 학우님의 운동이 어떤 방식이든 성공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영화를 찍으신다던데, 그 영화도 잘 되시기를 바라고, 칸 영화제에서 상도 수상하게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이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의 전반적 인권 향상에 좀더 기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과정들 속에서 강의석 학우님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요즈음과 같은 상황의 반복은 강의석 학우님을 불행하게 만들 것 같거든요.
어쩌면 마음이 불편하셨을 이런저런 글들은 같은 시대에 '서울법대'라는 같은 공동체를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해 주시고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여기까지 모두 읽어주셨다면,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럼이만..^^
08.09.09
차진태 드림.
(출처 : 파란만장 게시판)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장이라는게 다른 사람들을 설득 또는 이해시키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배려성의 부족을 지적한 차진태군의 의견은 매우 타당하고 적절하였다는게 내 생각. 강의석은 계속 주장을 하되, 좀더 현명해져야 하며, 한번쯤은 사회를 향한 거울을 자신에게 돌려놓는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더캣
* 다음 아고라 강의석관련 논쟁들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0&articleId=534758&RIGHT_DEBATE=R8
*관련 기사1 - 강의석을 비판하되주장은 계속 하게해야한다는 의견
http://media.paran.com/snews/newsview.php?dirnews=2452676&year=2008&pg=1&date=20081002&dir=25
* 관련 기사2 - 강의석의 언론 전략의 실패와 그 후유증에 대한 얘기
http://media.paran.com/snews/newsview.php?dirnews=2456538&year=2008&pg=1&date=20081003&dir=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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