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모든 현상에는 이면이 있다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8. 9. 19. 22:32

히브리중동전공과 유럽중동학전공의 학과폐지는 아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론적으로 잘된 일이다. 실제로전과를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매우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학생들의 메일 회신이 있었다고 하며게중에는 자퇴 후 재수를 결심했다가 다시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게 되어 고맙다는 메일을 보내온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현실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는 아이들의 판단이 더 절실하고 정확한 법이었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사립대학에서 교육의 공적인 부분을 모두 감당하는걸 바라는 일이 한국대학의 현실상 무리일 수 있다는 데에 공감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인문학과를 설치하는 것이기에 인문학을 홀대하는 조치라는 것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고도 보여진다.

개인적으로본 사안에서 가장 간과되는 부분이 있어안타까웠다. 바로 교수들에 관한 것인데, 해당학과가 이지경이 되도록 과연 그들은 무엇을 했는지, 과연 학자로서의 본분을 다했는지, 인문학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과연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를 짚어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이 한국의 대학에 설치된 모든 인문계열 학과들의 공통된, 만연된, 그리고 은폐된 진실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교수들은 학자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소양인 연구실적이 거의 없으며 교수로서의 자질도 부족한 경우가 많고 강의내용에 있어서도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있음에도 정년을 보장받고 있어 결과적으로 해당학과의 질적 수준을 형편없이 저하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대학의 조치에 잘못도 분명 있다.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인문학 발전계획 없이 근시안적이고 성급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 과정에서는 분명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브리중동학같은 경우는 폐지가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좋다는 생각이다. 대학의 교육은 언제까지나 상아탑만 고집할 수는 없으며, 사회적 수요에 부응해야할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근본적으로는 앞서 지적한 '은폐된 진실'들에 대한 개선없이는 폐지없이 존재한다해도 지금보다 더 나아질 희망이 없다는게 이유다.

또 한가지, 관련기사나 인터뷰 내용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잘못 전달되는듯한 내용이 있었다. 학과(전공) 모집은 폐지하고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 조건없이 전과시켜주되, 남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관련 교육과정을 졸업할 때까지 개설하는게 대학의 조치이지 모두 일방적으로 과를 옮기라고 한 것이 아니었으며, 최대한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주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설득한다는 자세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입학당시의 모집단위는 신입생들과의 엄연한 공적 약속이며 대학은 그 약속을 입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지켜야하는게 당연할 것이다. 또한 조건없이 희망자에게 전과를 기회를 준다는 것은 전과에 실패한 모든 타과생들에게는 분명 특혜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폐지될거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방학중 또는 그 전부터 관련 위원회를 운영중이었고 그런 사실은 문과대학에서도 알고 있었으며 학과폐지가 사전에예상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폐과 결정과정의 근거나 절차가 완벽하지 않았고 결정도어느 정도는 성급했으며 통보(또는 해당학과와의 사전협의 등의)과정이 자연스럽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매우 아쉬운 것 또한 사실이었다. 순수학문에 대한 관심부족이나 처우가 소홀한 감 또한 없진 않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개별 사립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정책의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

시대적경향이 바뀌면 학문도 그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대학 내에서 몇몇 학과는 시대적 경향인 융합학문으로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고 실제 그 결실이 매우 커서 우수한 신입생들이 지원하며 대외적으로도 커다란 학문적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폐지가 결정된 두 학과가 전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순수학문의 중요성을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순수학문의 영역도 시대에 맞게 발전하고 변화해야한다는 논리다.가르치는 내용이 십년 전이나 이십년 전이나 똑같다면 아무리 순수학문이라도 분명 학문적으로 발전이 없으면 도태되는게 당연하다는 것이었다.시간이 부족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요즘의 추세는 적당히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경영학에도 사람에 대해 다루는 인문학적 소양이 필수일 것이며 정치에 언어와 논리가 빠질 수도 없다. 지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를 우선 이해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인문학은 모든 융합학문의 중심이 될 수 있는데, 이를테면 지역학(미국학, 유럽학과 같은)이나 리더쉽과정, 인간경영학 등이 그러할 것이다. 단, 이러한 학문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실있고 탄탄하게 짜여진 교육과정이 필수이며 이는 부단히 노력하는 소속학과 교수들의 노력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는 법이다. 소프트웨어가 불량하면 하드웨어를 바꾸어도아무 소용이 없는 법이다, 만약 이런 역량들이 부족해서 학과가 경쟁력이 저하된다면 그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소속 학생들이 감당해야할 몫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본부 또한 이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해야하는데 교수천국이란 말이 나오는 교원관련 정책들(유명무실한 교수업적평가 등)의 적절한 강도 조절을 통해 노력하고 연구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하며.장기적인 관점에서 진지하게 기존 인문학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할 것이다. 학과 폐지만이 능사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폐지되지 않은 모든 인문학 관련 학과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학과의 경쟁력(인문학적 결실과 학문적 발전)을성취하기 위해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를 다시한번 곰곰히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인문학이 살아남는 법이고 우리 대학의 인문학이 끝까지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이며 진실로 제자들을 위하는 법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 http://www.kukinews.com/news/article/view.asp?page=1&gCode=soc&arcid=0921036850&cp=nv)

우리 대학 학과구조조정 때문에 항의 차원에서 설치된 천막교실의 한 켠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손석희씨 진행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우리대학의 학과 구조조정 내용들이 하루종일 흘러나왔다..
가만 들어보니 한 5분정도 되는 내용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았다.
왜이렇게 짧지?
알고보니 자기네가 자체 편집해서 일부만 들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 내용이란게,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과 찬성 입장의 인터뷰 내용은 모두 빼고
자기네들 입장에 관한 것만 편집해서 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나니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반대 입장의 얘기들은 모조리 잘라먹고 일방적으로 자기들 입장만 써서

많은 학생들을 분기탱천하게 만들었던 80년대의 대자보 전술들이 떠올라서였다.
전형적인 386 데모꾼들의 방식이 아니던가.
앞뒤 상황 잘라먹고 자극적으로 편집하는 거대방송의 인터뷰 기사나

조중동 기사들의 행태와도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2000년대의 새로운 세기에서 1980년대의 현실을 보는게 낯설고 불편했다.

항상 모든 사태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이면이 있는 법이다.

큰 목소리만 들을 것이 아니라 작은, 혹은 차마 드러내지 못하는 목소리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때로는 그런 작은 목소리들이 더욱 진실에 가깝기도 하니까.

게다가 변화의 흐름에는 예외라는 것도 있을 수 없다.

정체되어 있는 학문은 연못에 고인물과도 같아서 악취만 날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