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우리 선생님 이야기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7. 7. 27. 01:14

아이들과 글쓰기로 한평생 김익승 교사
삶의 변화 이끄는 ‘글쓰기’교육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참된 글이 나온다. 한 평생 아이사랑이 묻어나는 서울 화양초등학교 김익승 교사의 교실 곳곳에는 땀과 정성이 배어 있다./유동걸 기자

2006년 여름 초등교사 1정 연수 현장에서 강연하는 교사와 강의를 듣던 교사들이 함께 눈물을 흘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아이들과 글쓰기로 한평생을 같이 해온 강사의 눈물겨운 이야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진 교사들이 같이 울었던 사건을 잊지 못하는 초등교사들이 많다.
주인공은 한국글쓰기연구회 김익승 교사.

지난 금요일 오후 2시, 서울 화양초등학교. 김익승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1반 교실에 들어서니 넓은 교실 구석구석에 김교사의 땀과 정성이 배어있는 교육활동 자료들이 눈길을 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교실 뒤켠에 넓게 펼쳐진 ‘참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게시판. 초등 1학년 학생들이 자기 생활과 경험을 담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씨를 제대로 쓰기도 어려운 나이에 남들이 읽어줄 만한 글을 쓴다는 게 잘 믿어지지 않았다. 5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아직 두 달이 안 되었다. 대부분 학생들이 짧게 글을 썼는데 그 가운데는 제법 긴 글도 눈에 띈다. 김교사가 어린이날을 맞아 선물한 글쓰기 공책에 써 왔던 글 가운데 문집에 발표할 글들을 따로 원고지에 옮겨 적어 교실 뒤 게시판에 걸어놓는다.

이런 글쓰기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가능했을까? 살아 있는 글의 첫 번째 조건은 말하듯이 쓰는 것. 머리로 꾸미기 전에 입에서 나오는 생생한 말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 다른 학교 아이들이 쓴 좋은 글도 학생들이 글에 대한 감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삶이 담긴 글쓰기를 위한 본격적인 단계는 ‘말은 삶에서 나온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것이다. 진솔한 자기 감정과 생활이 묻어나는 말이야말로 좋은 글의 첫걸음이며, 결국 말이란 자기 생활 속에서 녹아나오는 것임을 가르친다.

“교사가 자기 이야기를 솔직히 말해주면 아이들이 그 말을 믿고 자기들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요. 다른 아이들이 쓴 좋은 글을 보여주고 읽어주면 그것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역시 교사 자신이 어린 시절에 거짓말을 했거나 부모님을 속상하게 한 일 등 아이들이 교사를 인간적으로 신뢰하고 따를 만큼 자기 삶을 반성적으로 드러내어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도 글에 대한 특별한 벽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기 이야기를 써요.”

교사가 먼저 자신의 삶과 글, 말에 진실함을 드러내면 아이들도 자기 삶을 돌아보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을 가지면서 글을 쓰는 힘을 기른다고 한다.

창가에 놓인 ‘그리움’이라는 색다른 문집들은 김교사의 보물 1호다. 김교사에게 수업을 듣고 글쓰기와 삶 나누기를 배운 학생들이 학년을 달리하거나 학교를 졸업한 후 김교사를 찾아와서 그리움과 반가움, 고민과 사랑을 촘촘히 적어놓은 글을 모아놓은 공책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통한 학생들의 변화는 김교사의 가장 큰 보람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들로부터 보살핌을 받지 못해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고 함부로 말과 욕을 하던 o군이 글쓰기를 통해 말이 고와지고 다른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으로 변해갈 때, 진정 글의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고 한다.

잡지 '교육희망'에 실린 선생님 기사

(강연하시는 모습)


여전히 어려운 분이지만 나의 유년시절을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주신...

제자들을 평생 그리움 속에품고 사시는 울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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