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139

노란 하늘

2023.12.21. 여동생의 안부를 묻는 미국 사는 이종누이의 갑작스런 보이스톡 통화. - OO가 톡으로 갑자기 미국 가도 되냐고 묻길래 와도 된다고 하고 전화를 하니 받지 않더라. 무슨 일 있니?? 느낌이 안좋아 서둘러 통화를 끊고 아내에게 전화를 넣어보라고 했더니 밤 열시면 주무실텐데 내일 하자고 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전화 좀 해보라면 하지 왜 자꾸 토를 달어? 걸어보라면 좀 바로바로 걸어봐!! 여동생과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아 바로 어머니와 통화를 했는데 잠시 바람 쐬러 나갔다는 말. 아니, 이 추운 밤에 애가 어딜 나가냐고, 별일 없는 거냐고 다그치듯 물었더니 그제서야 애가 요즘 좀 안좋다고, 오늘 원래 진료받는 날 아닌데 낮에 여동생 데리고 병원에 다녀왔다면서 의사가 ..

침묵의 세계

침묵이 존재하는 곳에서 인간은 침묵에 의해 관찰당한다. 인간이 침묵을 관찰한다기보다는 침묵이 인간을 관찰한다. 인간은 침묵을 시험하지 않지만 침묵은 인간을 시험한다. 30년 만에 꺼내본 막스 피카르트의 [침묵의 세계] 첫 장에 나오는 글. 인간들이 스스로 침묵을 견뎌내지 못하고 말을 꺼내기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소란스러워지고 고요해졌다가 슬프고 아름다웠다가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침묵이 인간이 관찰하고 시험한다는 표현은 참으로 적절하다. 말이 그치는 곳에서 침묵은 시작된다. 그러나 침묵은 말이 그치기 때문에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 비로소 분명해진다는 것 뿐이다. 가끔씩 내 인생이 참 고단하고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된건 내가 수다스러운 어른이 되면서부터였..

블루노트 2023.12.12

근황

# 건강검진을 받으러 30분거리 옆동네를 다녀왔다. 30분 전에 도착할 수 있게 출발했지만 결국, 검진을 받지는 않았다. 병원 근처에 30분 전에 도착했지만 병원 입구까지 가는 좁다란 도로 위에서 나머지 30분을 다 써버렸고 겨우 도착한 병원 주차장에서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어서... 사실은 화가 많이 났었다. 월요일에, 게다가 비까지 오는 날이라는건 알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이 난장판을 안내했어야 했다는게 내 생각. 하지만 교통 경찰, 시 공무원, 병원 관계자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고 도로 위 운전자들만 이 난장판을 감당해내야 했던 그 30분이 결국 내 인내심을 박살내 버린 것이었다. 게다가 주차 빈자리까지 확인하는 시스템 하나 없이 끊임없이 차들을 주차장으로 밀어넣는 병원의 안내도 너무 어..

블루노트 2023.12.11

가평에 다녀오다

장모님 생신을 맞아 가평에 다녀왔다. 딸부잣집이라 처형들과 아내들만 모이는 자리였는데 유일하게 막내사위가 함께 한 거였다. 장모님 생신도 축하해드리기 위한 자리였지만 속내는 왕복 2시간 넘는 거리를 아내 혼자 운전해서 보내기엔 걱정이 됐고 (물론 평소에도 아내 혼자 곧잘 다녀오긴 하지만;;;) 평소 아내가 날 위해 낚시터에 동행해주었던 보답으로 김기사를 자청한 것. 가만 보니 장모님이 화장도 하셨네 ㅎ 처형 셋이 각자 집에서 음식을 해왔고 막내인 우리는 양장피 하나 사서 갔다 ㅋ 그런데 저 상 위에 놓인 음식들이 어찌 그리 하나같이 다 맛있는지 ... 짜지 않으면서 달콤한 깻잎도 맛있었고 갓김치도 맛있었고 적당히 익은 총각김치도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정말 음식장사 해도 될만큼 처형 둘이 음식 솜씨가 좋..

블루노트 2023.11.06

오늘 나는 주말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드라마를 봤다. 나의 해방일지.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그래서 봄이 되면 당신도 나도 다른 사람이 돼있을 거에요." "말하는 순간, 진짜가 될텐데? 모든 말이 그렇던데. 해봐요, 한번. 아무 말이나."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야.... (악, 팩트폭행ㅋㅋㅋㅋㅋ) "다들 힘들게 연기하며 사나 봐" "연기 아닌 인생이 어딨냐." "그쪽도 연기하나?" "무지 한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다들 연기하며 사니까 이 정도로 지구가 단정하게 흘러가는거지. 내가 오늘 아무 연기도 안한다고 하면 어떤 인간 잡아먹을걸?" "너란 인간은 ... 거칠고 투명해. 투명해" "내가 무슨 일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감 못 잡진 않았을거고. 이 세계..

블루노트 2023.09.23

마루정원 제빵소 (좋은아침패스츄리양평점)

수곡지에서의 1박 휴가낚시를 마치고 아내를 위해 검색해서 찾은 곳.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놓았고 빵도 맛있었다. 특히 야채 등을 첨가한 바게트는 정말 맛있었다. 단, 빵값이 한 끼 식사값이라는건 안 비밀 ^^v 실내도 천정이 높고 밖이 잘 보이게 꾸며놓은데다 뒤로 들판과 낚시터를 볼 수 있는 확트인 전망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좋은 것은 나눠먹어야 더 맛있지~ 집에 있는 아이들 용으로 포장까지 완료! 나중에 오빈낚시터에 오게되면 집에갈 때 빵 사가기 좋겠다.

블루노트 2023.08.10

힘든 하루

월요일, 병원을 다녀왔는데 의사가 많이 좋아졌다고, 더는 안와도 될 것 같단다. 갑작스렇게 생긴 원형 탈모로 마음고생 했었는데 이제 한시름 놔도 죌 것 같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동행했던 아내와 근처 테크노마트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문이 나서 다들 내 머리만 쳐다보는 것 같아 지금껏 머리를 길렀더니 뒷머리는 아예 묶어도 될만큼 자란 상태. 탈모가 있으니 적당히 잘 안보이게 잘라달라고 했더니 머리깎아주시는 중년의 아주머니가 대뜸 아휴...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을까, 이런다. 이어서 알아서 잘 잘라주겠다는 말에 아무 대꾸없이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버스 침수사고 뉴스를 보면서 이런 저런 말씀들을 하시는데도 난 머리 다 자를 때까지 그냥 묵묵부답. 그렇게 머리를 자르고 홀가분한 마음으..

블루노트 2023.07.19

팔불출

고1인 막둥이 둘째 놈이 가끔씩 기대를 뛰어넘어 깜짝 놀라게 할 때가 있다. 공부도 곧잘 하는데다 여러가지로 재주가 좋은 녀석. 최근 진로선택과목 관련 얘기를 나누던중 국어국문학과를 가고 싶다면서 가장 최근에 상 받은 과제물로 책 한권을 가져오는데 그걸 보고 한순간 멍... 녀석이 들고 온건 자작소설이었다. 자그마치 400쪽 가까이 되는걸 써서 자비출판으로 주문해온 거라는데 평생에 내 이름으로 책 한권 남겨놓는게 꿈인 지 아비를 어찌 이리도 당황스럽게 만드는지 ... 중학생 때부터 평소 서점에 가면 철학책만 찾는 것도 의아했는데 뜬금없이 자작 소설책을 들고나와 국문과를 가고 싶다니 .. 어려서부터 컴퓨터 코딩수업도 잘 따라가고 바이올린이랑 피아노에도 재능이 있어 보였는데 갑자기 다 그만두고 미술학원을 다..

블루노트 2023.07.17

어떤 만남

샘 리처드교수와 로리 멀비 교수, 펜실베니아주립대 학생들과 건국대 학생들이 함께 하는 8회 연속 초청강연과 토론회 마지막 강연이 오늘 있었다. 장소는 바로 내가 관리하는 MBA 강의실 301호. 주관이 아니라 단순히 장소만 제공하는 차원이었지만 손님맞이 차원에서 마이크 등 강의에 문제가 없게 신경써서 준비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가 된듯. 원장님과 함께 교수님과 인사하고 악수도 나누었는데 참 신기하기도 하지. 유튜브로만 보던 분을 이렇게 실제로 만나게 되다니. 때때로 개구장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는 얼굴이 인상적이었으며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블루노트 2023.05.19

내가 그렇지 뭐...

대학원 가라고 해도 안가고 해외여행이라도 가보라고 해도 싫다고 하고... 넌 내가 너에 대해서 묻질 않는다고 서운하다고 하지만 아빠는 네가 말하지 않는 것까지 다 알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내가 물어도 네가 대답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빠라고 니가 말 안해도 너에 대해서 모든걸 알 수는 없자나. 그렇다고 아빠 너무 미워하지 마라. 아빠처럼 나중에 후회할지도 몰라. 아빠가 대학원 다닐 때 할머니는 그 아픈 몸으로 파출부까지 하면서 아빠 뒷바라지를 해주셨고 그래서 아빤 이 악물고 마지막처럼 공부했었지. 하지만 할머니는 그것 때문에 요즘 더 많이 아프신거, 그래서 아빠가 더 후회되고 늘 할머니한테 미안한 마음으로 산다. 이럴걸 왜 한 때 할머니에게 그렇게 살이 패이는 몹쓸 말들을 내뱉었었나 싶어... 부모가 되..

블루노트 202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