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139

Happy Birthday to My Mom

영원할 것 같은 삶이라 믿지 않았다. 누가 왜 사냐고 물으면 잘 죽기 위해서라고 말했던 나였기에. 사실은 나도 쉽지 않은 삶에 지쳐 있었나보다. 어차피 누구나 한번 살고 가는 인생인데 왜 그렇게 바둥거리고 살고 있나 싶어. 어머니의 생신상을 어머니 뜻에 따라 집에서 차려 드렸다. 걸을 때 누군가의 손을 잡지 않으면 걷는 것 조차 힘들어하시는 어머니. 내가 나이먹고 쇠약해져감에 우울해져 있는동안 내 부모님은 더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계셨다는걸 뒤늦게 깨닫는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당신처럼 늙어가는 자식을 더 걱정하고 계셨다. 그러실까봐 요즘 아주 가끔씩만 찾아뵈었던건데 ... 하룻밤을 우리 집에서 보내고 다음날 어머니 손을 꼭잡고 마트 나들이를 했다. 이것저것 필요한 것들을 사시게 하고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블루노트 2023.04.30

어느 일요일 아침

아주 오래된 영화가 생각났다. 이라는 영화인데 보잘 것 없는 마을 청년 하나에게 '이장'같은 일종의 직책을 부여해주니 그 청년이 너무 으쓱해서 어깨 힘주고 다니면서 좌충우돌하는 그런 스토리.. 일요일 오전 8시에 업무지시 관련 톡이 온 걸 보고 그 영화가 생각났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남에게 지시하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 초보이다보면 이런저런 실수도 있기 마련. 대부분의 실수가 그냥 웃으며 넘어가 줄 수도 있겠지만 가끔 경우를 벗어나 한참 선을 넘는 경우도 있다. 서로 동등한 경우라면 그대로 받아치면 되는데 상하관계일 때엔 늘 고민이 된다. 그런 상사들을 겪으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며 정립한 내 나름의 리더십은 이런 순간마다 처참하게 무너진다. 때로는 조용히 조언도 하고 때로는 항변도 해보지만..

블루노트 2023.03.26

어떤 하루

절박한 사람에게는 배운 자들의 어설픈 동정보다 따뜻한 밥 한끼가 더 가치있는 법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4860864?sid=102 홀로 컵라면 때울 아이들 위해…오늘도 열었습니다[인류애 충전소] 세상도 사람도 싫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떤 날은 위로받기도 하지요. 숨어 있던 온기를 길어내려 합니다. 좋은 일도, 선한 이들도 꽤 많다고 말이지요. '인류애 충전소'에 잘 오셨습니 n.news.naver.com 오늘도 정치인들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오늘도 누군가는 정치인들이 팽개친 민생을 위해 자기가 가진 것을 나누고 있다. 아이들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그들의 꿈은 무엇보다 소중하기에 어른들이 어떻게든 지켜줘야 한..

블루노트 2023.03.11

화수목금토일일 (Again)

긴 긴 겨울이 지나고 휴무인 월요일이 다시 돌아왔다, 지난 토요일 입학식을 개시로 다시 시작된 정규의 삶. 먼저 지난 주에 예약했던 대학병원 피부과를 찾아 진료부터 받았다. 자가면역체계 문제라면서 치료해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단다. 생각보다 완치가 쉽지않은 상황인듯. 피검사용 피를 다시 뽑고 바르는 약을 처방받은 후 고지혈증 처방전을 받기 위해 처음 진료를 받았던 집 근처 병원으로 다시 방문. 후 ... 생각보다 엉망인 몸 상태. 그동안 내가 무얼 위해 살았나 싶기도 하고 ... 그래도 크게 후회는 없다. 가족들을 위해 사는게 처음부터 내게 주어진 삶이었던 것 같아서,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참 열심히 살았구나 싶어서 오히려 덤덤히 내가 날 위로해줬다. Ben MacKay - Unspoken Words

블루노트 2023.03.06

씁쓸한 고백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학부의 졸업요건에 관한 사항인데 학칙에는 없고 대학원에 관련 규정이 있었다. 그 규정에 의해 한 학생이 졸업을 못하게 되었다며, 그 학생을 구제해주기 위해 대학원 학칙을 변경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학칙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다른 대학들의 관련 학칙들도 살펴본 후, 원래 학칙에 있어야 하는 내용이니 대학원 학칙에서는 관련 규정을 삭제하겠다, 대신 교무처에서 학칙에 관련 내용을 추가하는게 맞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그후 며칠이 지나고 나서 이상한 얘기들이 들려왔다. 내가 학칙개정을 반대해서 그 학생이 졸업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교무처 관련팀장과 학장에게 전화해서 회의를 하자고 한 후, 당일날 다 함께 모이자마자 학장에게 바로 한 마디했다. 프레임짜고 엄한 사람 잡..

블루노트 2023.03.03

병원에 다녀오다

아무래도 몸이 이상하다. 힘이 없고 시력도 갑자기 나빠지고 탈모도 생기고 ... 결국 집 근처 가정의학과를 찾았다. 의사가 내 머리 여기저기를 살펴보는데 아내가 깜짝 놀란다. 앞쪽 뿐만 아니라 정수리 부분과 뒷통수 쪽에도 원형 탈모가 발견되었다. 의사가 몇가지 질문을 하더니 혈액검사를 권했다. 그렇게 피를 뽑고 소변샘플을 제출하고 집에 와서 의사가 말한 뒷머리쪽을 살펴보니 깜짝 놀랐다. 정말 큰일이었구나 ... 짙은 밤안개처럼 표현못할 우울감이 내 마음 속에서 빠르게 .차올랐다. 이런 감정, 참 당황스럽다. 애써 별일 아닌 척하며 예약했던 아내 차 수리를 마치고 온 가족을 데리고 천호동에 가서 쇼핑을 했다. 아들놈 운동화를 사면서 내 겨울운동화랑 옷도 몇 개 샀다. 외식도 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나만..

블루노트 2023.02.26

2023년 설날을 맞으며

# 곧 있으면 음력 설. 동양의 새해가 시작된다. 돌아보면 참 다사다난했던 나의 2022년.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했다는 건 어찌보면 내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서 겪게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조금씩 몸상태가 나아지고 얽혔던 마음도 풀리는걸 느꼈다는 거. # 어제는 예의없는 새카만 후배 때문에 화가 많이 났었지만 오늘은 좀 기분이 풀어졌다. 누군가의 '좋은 운이 오기 전에 나쁜 일이 먼저 오기 마련'이라는 한 마디가 많이 위로가 되었다. 직업과 배경을 떠나서 누군가가 하는 말이 또다른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또 치유가 될 수 있다는건 참 대단한 일같다. # 2022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2022년이 없으면 2023년도 없기 때문이다. 새해부터는 나도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누군가..

블루노트 2023.01.21

(어렸을 적) 내 꿈은 ...

- 제 꿈은 동화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누구든 멋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동화작가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요즘 자꾸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게 같이 일하는 부하직원이랑 있으면 다들 따님이냐고 묻는것도 그렇고 오래된 드라마를 재미있게 몰아보는 것 때문에도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오늘도 전쟁같은 일과를 치르고 와서 오래된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심한 곱슬머리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인생을 살지만 늘 밝고 긍정적이며 인간적인 김혜진이라는 여주의 젊고 희망적인 삶의 이야기를 그린 . 위 대사는 그 여주가 어렸을 적 아이들 앞에서 자기의 꿈에 대해 말하는 마지막 회차의 첫 장면에 나오는 이야기다. 특별히 감동적이거나 철학적이지는 않고 그저 가볍지만 즐겁..

블루노트 2023.01.07

새해 첫날

새벽 5시까지 라는 철지난 드라마를 유튜브로 몰아보고 잠깐 누웠더니 어느새 새해 첫날. 해는 거의 중천에 떠있고 아이들은 여전히 침대 속. 쩝 ... 이건 아니다 싶어서 부모님이라도 찾아뵈어야 할 것 같아서 괜히 신경질적으로 아이들을 깨우고 점심을 차려먹은 후 집을 나섰다. 학교 근처 화양시장으로 걸어가 옛날 통닭 2마리를 사고 튀김과 순대, 떡볶이를 오뎅과 곁들여 먹으면서 추위를 녹인 후 이탈리안 음식점에 들러 화덕핏자를 테이크아웃. 좀 부족할까 싶어서 할머니가래떡 떡볶이집에서 밀떡 떡볶이를 추가 주문. 그렇게 부모님댁에 들렀더니 거실에 등이 나가서 간접조명들을 켜놓고 손님 맞이. 남동생이 바빠서 1~2주 후에나 들러 손을 봐줄 것 같다는데 등 하나 봐줄 수가 없는게 괜히 미안해서 타박조로 몇마디. 하..

블루노트 2023.01.01

화 (Angry)

동계 계절학기가 운영되고 있는데 매서운 추위가 몰아 닥쳤던 지난 주말에 아침부터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원생들이 추위에 떨며 수업을 들었다. 급한대로 우리 사무실 안에 있던 핫팩들을 나눠주고 점심 시간엔 인근 이마트에 들러 추가로 핫팩을 60개 구매해놓았다.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했는데 오늘 출근해서보니 여전히 건물에 난방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었다. 답답해서 주무부처를 직접 찾아가 담당자를 만났다. - 등록금을 학기당 800씩 내는데 솔직히 특별대접을 바라진 않아도 이런 식으로 홀대받는건 좀 아니지 않나? 자네가 대학원생이라면 이런식으로 비싼 등록금 내면서 다니고 싶겠나? 왜 창피함은 아무 잘못없는 나와 교수들이 감당해야 하지? 도대체 이게 몇번 째인가? 오늘 교수회의에서 이 건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

블루노트 2022.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