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139

약간 좀 색다른 이야기

# 여름이 온듯, 더워지기 시작. 비가 오기직전의 후덥지근함이 목까지 차 올라 숨이 턱턱 막히는 밤. 그렇게 덥다, 덥다 하면서 베란다 문을 열어놓았었는데 바람이 분다 싶더니 갑자기 몸이 서늘해졌다. 오한이 든 사람처럼 몹시 덥다가 금방 한기가 느껴지고 밥을 먹고 나니 또다시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올라온다. 다시 베란다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었는데 어느샌가 긴팔 옷을 찾아 챙겨입고 있는 나. 미친 놈 널뛰듯 몸의 기운이 오락가락하는 밤이다. 평소 몸에 열이 많은 편인 아내가 춥다는 말하는 날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쳐다봤다. 음... 나홀로 느끼고 있는 이 서늘함은 설마, 영(靈)의 기운? ## 개인적으로 신기한 체험을 하거나 남들이 믿기 힘든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다. 귀신을 본다거나, 예지몽을 꾼다..

블루노트 2018.06.15

그냥 문득, 옛날 생각

중학생 때였다. 학교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도로변 건물 입구쪽에서 누가 불렀다. 중3? 또는 고1? 쯤 되어보이는 남자애들 몇명이 껌 씹으면서 날 꼴아보고 있었다. 왜 그러는데요?라고 물으니 돈 있으면 내 놓으라더라. 천연덕스럽게 돈 없다라고 했더니 뒤져서 나오면 나올때마다 한 대씩 때린다고 해서 그러라 했다. 그랬더니, 지들끼리 모라모라 하더니 그냥 가라더라. 중3 때였나보다. 태권도를 했던 친구넘이랑 석촌호수로 놀러갔다. 잠실 지하철역을 막 빠져나오는데 입구에서 누가 부르는거 같아서 쳐다보니 헐... 요즘말로 일진 고딩형아들 너댓명이 서있었다. 그중 머리 짧고 키가 좀 커보이는 형이 가까이 오라더니 돈 있냐? 그러더라. 친구넘은 곧장 침묵모드 ㅡ,ㅡ 난 그 형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없는데요, 라고 ..

블루노트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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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혈구가 이틀 전보다 더 늘었다고 했다. 의사는 첫날부터 내 혈관의 콜레스테롤 문제보다 이 부분을 더 신경썼다. 그래서 오늘 피검사를 다시 하자 했던거고 의사의 표정은 이틀 전보다 심각하고 좀더 확신에 차 보였다. 난 처음엔 그저 병원 수익을 늘리기 위해 중복검사를 받게한 걸로만 생각했었고, 혈액 콜레스테롤이 위험하다고 적힌 건강검진 결과지만 보고 왜 적혈구 얘기를 하나 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혈액암 전문의에게 추가 진료를 받기로 하고 대기중에 옆에 간호사가 담당 간호사에게 내 이름은 전달하면서 모라모라 하는듯이 들렸다. 그리고 내가 바로 얼마나 대기해야 하냐고 물으면서 이름을 대니 살짝 당황하는 눈치? 내 착각이었나 싶기도 하고.. 암튼 그렇게 혈액암 전문의를 만났다...

블루노트 2018.01.25

관계와 만남

인간관계가 주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 기사원문 https://redirect-story.kakao.com/?url=aHR0cDovL25hdmVyLm1lL0ZCUnhXQ3JO&sai=_2LOtg3.eFHpLCM6QB0&aid=_KMar86&pid=_2LOtg3 오랫만에 좋은 기사를 읽었다. 인간관계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려면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라는 말... 난 전적으로 공감. 이 말을 곰곰히 되씹고 있으려니 가끔씩 날 실망시키는 아내랑 큰 딸이 밉지가 않다 하하. 금요일 밤에 올 한해 우리 사업단이랑 인연을 맺은 고마운 사람들을 모시고 송년회를 치렀다. 참 많이들 오셨다. 덕분에 나는 부하직원들과 함께 호스트로서 손님 맞이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저녁도 제대로 못먹고 이사람 저사람 인사하고 포옹하고 덕담..

블루노트 2016.12.11

자축

만 마흔 일곱을 찍고 30분이 흐르다. 올 해도 조용히 지나감 다행이다 지난 주말 모처럼 친구들을 부르긴 했었다. 녀석들이 가져온 커피 케익, 참 맛있긴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한 녀석의 장인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케익 나눠먹자마자 다들 급하게 떠나고 다음 날 나는 휴가를 내고 가까운 친척의 상가집에 문상까지 다녀와야 했다. 이후 오늘까지도 계속 일이 바빠서 나도 부하들도 다들 정신이 없었고... 그래도 참 다행스러웠다 사무실에서 쑥스럽게 촛불을 끄지 않아도 되었으니... 이런 날은 늘 그래왔듯 말을 줄이며 아무도 모르게 온전한 나를 바라보아야만 할 것 같았다

블루노트 2016.06.24

20년 근속상

20년 근속상을 받았다. 하, 참 세월 빠르다. 그 세월동안 얼굴에 주름이 늘었고 머리가 희었으며 여전히 바쁘게 일한다. 변한건, 내 몸이 늙은것 뿐일세. 전혀 예상치 못한 축하 인사들... 모범직원상을 받았을 때도, 장관 표창을 받았을 때도 이렇게 많은 축하를 받지 못했었다. . 내 성격상 동료들과 어울리지 않고 일할 때는 저돌적이어서 서로 참 많이 부딪치고 힘들게 했는데도 이렇게 축하를 해주다니 하, 눈물난다. 입사 후 처음으로 답례품을 준비했다. 너무 고맙고 감사해서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아내의 동네 후배가 운영하는 커피 전문점에서 사온 더치커피. 축하난을 보내온 동료들에게 일일히 하나씩 돌렸는데 다들 너무 좋아한다. 다행이다... 이 중 하나는 이번에 30년 근속상을 받은 B과장님에게 ..

블루노트 2016.05.17

테이스터스초이스

커피는 쓰다. 테이스터스초이스는 달다. 스물 한살 여름 휴학생 신분으로 출판사에서 책배달 알바 시절 기사 할아버지가 집으로 날 데려가 타준 이 커피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커피 한 스푼, 설탕 두 스푼... 지금도 난 여전히 커피를 달게 마신다. 당시의 커피맛이 지금까지 내 의식을 사로잡고 있었던건 아니었을지 ... 오랫만에 마트에 갔다가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던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반가웠었다.

블루노트 2016.05.17

오랫만의 일탈

# 나이가 들고 직장 경력이 꽤 쌓이면서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온전히 잘 살고 있는걸까? 사실 그랬다. 직업이 특수하다보니 퇴근 후의 모임이란 게 대부분 직장 사람들이었고 그런 사람들하고만 만나다보니 퇴근 후에도 늘 일에 관한 대화가 많았던 것. 그렇게 어영부영 또 몇년을 살다보니 우연찮게 사람들의 관심이 적었던 신설부서에서 일을 하게되었고 마침 사무실도 동떨어져 있어 자연스럽게 쓸데없는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점차 정기적인 직장내 모임에 대한 내 관심도 시들해지면서 의도치않게 고립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 바로 지금이야. 한번 해보자. 나이들 수록 모임에 자주 참석하고 인간관계를 넓히라는 많은 처세서들의 조언을 거부하고 온전한 내 시간을 가져보자는 평소의 생각을 실천해 보기로 한 것. 그렇게 ..

블루노트 2016.03.26

설날 아침에

민규가 개에 물렸다. 시골집에 도착한 날 벌어진 일. 운전 피로감에 잠시 낮잠을 청하는데 어렴풋이 민규가 혼자 나갔다는 얘기가 들렸었다. 평소같으면 모르겠는데 이날은 왠지 느낌이 안좋아서 애엄마 보고 찾아오라고 하려했는데 마침 민규 또래의 조카녀석이 찾아본다고 하더니 민규랑 같이 들어와서는 개에 물렸다고 한다. 다행스럽게도 깊게 물리진 않았으나 무릎 근처에 두 개의 이빨 상처가 또렷했다. 어찌된 일인지 물으니 아이들 둘이 흰색 강아지를 몰고 나왔는데 그 강아지가 민규에게 갑자기 달려들어 물었다는 것이다. 녀석은 아팠지만 울지도 않고 바로 엄마에게 달려온 것이었지만 이런 상황이 정말 황당하고 화가 났다. 느낌이 안좋았을 때 내가 바로 나가봤어야 하는건데.... 동네 주변을 돌아봤지만 그 개와 아이들은 찾을..

블루노트 201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