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To U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6. 4. 17. 20:37



비가 내리는 월요일 아침...
때로는 난폭하게 때로는 무심하게

출근길 버스창을 두들기는 여름날의 빗줄기들과
편안한 마음으로 합창을 하며 집을 떠나왔다


비오는 날의 거리풍경은 거대한 흐름 그자체....
거리에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색깔은 제각각이지만 모양만은 똑같은 우산으로 몸을 가리고
꿈꾸는 듯한 눈으로 어디로 가는지조차 의식못하는 사람들처럼 생각에 잠겨
길을 걸어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들의 행렬자체는
때론 장엄한 장례식과도 같고
때로는 진지한 가두시위같기도 하고
때로는 부지런히 먹이를 찾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개미들 같기도 하다


강물이 흘러가듯 그렇게들 밀려서 떠내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일은,
다소 심드렁하기만 한 나의 일상과 비교할 때
비교적 훌륭한 생각거리가 되어주고 있었다


당신의 아침은 어떠했을까..


오늘 아침의 나는,
무명씨들의 무심한 행렬들을 무심히 쳐다보다가 문득,
당신을 마음으로 보아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달콤한 키스,
따뜻한 포옹,
행복해지는 말 한마디들 대신에,
시간이 흘러 퇴색되고 결국은 사라지게되고 말 부질없는 짓거리들 대신에,
그윽한 눈빛과
한없이 넓은 가슴과
아픔까지도 오히려 훌륭하게 드러내주는 진실함으로
그대를 생각하며,
그대의 온전함을 기도하며,
사랑받지 못함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대신에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다는 시인의 읊조림을 가져보기로 했다.


진실로
그대를 갖지 못해도
그대의 마음을 소유하지 못해도
행복해지는 법.


분주한 일상과 쉽게 안주하지 못하는 마음의 고통 속에서
스스로 일어나 앉아 있기도 버거운 당신에게
나의 마음이 때로 당신을 다치게 하고 있음을 수없이 자책만 하는 건
나의 통렬한 죄.


오늘부터 나는
그대와 나의 온전함을 위해
묵언과 사색 속에서
정갈하지 못한 내 마음을
버리고 가기로 했다
이미 내게 욕망과 소유의 대상이 되어버린 그대를
흐르는 강물에 놓아버리기로 했다

.

.

.

'더캣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든 인간의 불행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 2006.07.20
대한민국 왜이래?  (0) 2006.06.18
Samuel Beckett 탄생 100주년이라는군요  (0) 2006.04.14
마음 속 풍경하나  (5) 2006.03.11
PC LETTER  (0) 2006.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