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경계와 경계심사이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10. 1. 03:06

나는 빌라에 산다. 우리집 화장실은 현관문 바깥쪽으로 나와 창문이 복도를 향하고 있다..
그래서 화장실에 앉아있으면 평소 방안이나 거실에선 못듣던 소리들을 가끔 듣게된다..
아직 얼굴을 한번도 못본 옆집 아주머니가 등교하는 아이랑 작별하는 말소리, 윗집 아이가 계단을 떠들썩하게 내려오는 소리, 새어들어오는 바람소리 등등..
집안에 있다보면 안전하다 생각하다가도 이런 소리들이 들릴땐 방가우면서도 언뜻 언뜻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생겨 숨을 죽이게 되고 가급적 소리를 내지 않게 된다..꼭 엿듣는 사람처럼 말이다..

내 마음에 경계심이 생겨서인거다..
이 경계심은 결국 밖으로 난 화장실 벽이라는 경계를 통해서 생겨난 것일게다..
결국 우리를 안전하게 하고 보호해주려는 경계가 사람의 마음에 쓸데없는 경계심을 발동시키는 것인게다..

이 경계심을 털고 불안에서 벗어날 방법은 있다..
화장실 창문을 열고 서로 말을 나누면 된다..
평소 얼굴을 익히고 서로 인사라도 몇번 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터..

오늘 아침에 나는 이렇게 경계(화장실벽)와 경계심 사이에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비오는 거리를 오토바이 대신 택시타고 오면서 오전 내내 경계심에 대해 궁리해보았다.
참으로 하찮은 것에서부터 내마음에 쓸데없는 불안감이 발동하였다는 걸 깨닫는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쓰레기같은 감정은 내 삶이 편안해지면 질수록 더욱 잦게 찾아들 반갑지 않은 손님이란 것 또한 깨달았다.
내 자신 스스로 타인과 경계선을 긋지 말고 살아야한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때때로 나는 암흑속에 숨어있을 때가 더 편안한 경우가 있다...

2003.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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