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전태일평전을 읽고 ..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10. 1. 02:45

어떻게 살 것인가? 이 물음 앞에서 많은 사람들은 가슴을 설레며 자기만의 성공한 인생을 꿈꾼다. 가끔씩 이맛살을 찌푸리는 이도 있지만 그건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일거다.

나 또한 그러했다. 높은 지위를, 타인들의 존경을, 돈을, 혹은 나만의 만족-이것은 참으로 오만한 몽상이었다-을 소망했다. 이루지 못하는 것들은 모두 남의 탓이라고 투덜댔다.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이기적인 소망이었나를 깨우쳐준 것은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부터였다.

기껏 50여페이지를 읽었을 뿐이지만 나는 이미 그의 정신에 압도되었음을 느꼈다. 불우한 환경을 원망하는 대신에 가족의 생계를 먼저 생각했고, 어쩌다 생기는 아주 하찮은 기쁨들을 두고 조물주에게 감사하는 그의 삶의 고결함 앞에서 내 고개가, 내 허리가, 내 무릎이 절로 꺾였다.

그의 인생을 활자로 읽어가는 동안 그의 영혼이 내게 손을 내미는 듯했다. 그는 내게 투명한 미소를 지으며 한없이 자애로운 음성으로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라고 타이르고 있었다. 그의 정신에 압도된 나는 그의 타이름을 거절하지 못하고 한없이 <나를 낮추며> 살기로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그는...


1995년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