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인간에 대한 예의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5. 10. 1. 02:04

며칠전 창원 모대학 총학생회장이 교수(스승)인 총장과 맞담배질을 했다고해서 화제가 되었다. 학교측과 학생회간의 마찰속에서 발생한 일이었다고는 하지만 이 일이 사회적으로 미친 파장은 매우 씁쓸한 것이었다. 관련 신문기사에서는 굳이 부각시키려하지는 않았지만 그 총학생회장은 25살의 여학생이었다. 사람들은 특히 그 사실에 대해 더욱 씁쓸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예전에 읽었던 공지영작가의 <인간에 대한 예의>가 떠올랐다. 결혼한 여자가 겪는 차별과 부당함에 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자임을 떠나서 같은 인간으로서 공평하게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제로
나는 이 소설을 읽었었다.
내가 갑자기 이 소설제목을 떠올린 것은 그 여자 총학생회장이 어쩌면 여자로서의 피해의식을 왜곡되게 표출하다 여학생이라는 상대적 우월지위(?)를 이용하여 교수(총장)이라는 권위에 대해 잘못된 진보의식을 행사한 불상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지금의 한국사회는 남자보다 여자가 약자이면서 상대적으로 우월하며, 대학에서 교수집단이 기존에 인정받던 모든 권위들도 학생이라는 진보집단에 의해 손쉽게 무너져버리는 체제로 변모해버린지 오래다.

인간에 대한 예의.. 그것은 처음엔 차별받는 여자에 대한 예의였고 지금은 기존의 모든 기득권을 잃어가고 있는 남자에 대한 예의로 의미가 변해가고 있는 듯하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모든 사회질서가 무너져내리고 그에 따른 혼란이 도래함은 필연적인 과정이라지만 요즘의 한국사회는 사실 해도 너무했다. 아무리 남자와 여자의 위치가 뒤바뀌고 성적으로 경계가 모호해졌으며 탈권위화되어버린 시대라지만 '기본'을 잊어서는 안된다. 인간에 대한 예의.. 그것은 남자도 여자도 일부 진보적인 학생회를 위한 것도 그 누구도 아닌 우리들 자신에 대한 예의임을 왜 모르는가...

혁명을 꿈꾸는 자는 아름답다. 낡고 부패한 질서를 몰아내고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기 때문이다. 그것의 목적은 모두를 위한 공공의 시도가 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반란은 늘 추악하다. 그것은 공공의 목적이라는 거짓탈을 쓰고 선량한 사람들을 선동하여 사적인 이익을 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적인 악행이 필수적으로 따르게 되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혁명이 되지 못하고, 파괴적이며 적대적인 반란만이 판을치는 작금의 대학가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200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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