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다시 찾은 수곡지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16. 7. 31. 23:58

 

7월의 마지막 주말은 정말 뜨거웠다.

숨이 턱.턱.

더위 많이 타는 마누라님은 헐떡거리다가 숨넘어가기 직전.

바로 요때다 싶어 언제부터인가 낚시 동행을 극도로 싫어하는 마누라님에게 슬쩍 운을 뗐다.

 

"낚시터 갈래? 방가로에 에어컨도 있다는데...."

질식사 직전의 마누라가 에어컨 소리에 귀를 쫑긋한다.

"돈 있어? 자기가 내면 가고.."

"알았어. 내가 낼게 으휴.."

마누라 눈이 잠시 빛난 것도 같다.

"그럼, 콜~!"

 

이렇게 우리는 그저 더위를 피하겠다는 목표로 주말 오후 늦게 양평으로 낚시여행을 떠났다.

나에겐 낚시가, 가족들에겐 피서가 목적인 여행 ㅎ

 

 

 

 

이곳 수곡지는 양평 산속 마을에 꼭꼭 숨겨진 아늑한 낚시터이다.

들어오는 길은 첩첩산중이라 할만하고

특히 낚시터 입구는 언덕 위에 좌측으로 숨겨진 내리막길을 따라 들어가야 보이는 마을 안에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아늑한 인상을 주는 곳.

마치 속세와 떨어져있다는 뜻의 작은 속리산을 연상하게 만든다. 

 

대학 동문이신 사장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바로 저녁부터 주문.

지난 봄 시조회 때 맛있게 먹었던 백숙을 더위에 지친 가족들에게 보양식으로 조공 ㅎ

 

역시 다들 너무나 맛있게 먹는다.

오는 길도 인상적이고 토종닭 백숙도 맛나고 에어컨도 빵빵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마눌님의 표정, 킥...

 

 

 

 

 

밤낚시는 기대보다 잘 되지 않았다.

사람이 많아서였을까.

아마도 저기압탓이 컸을듯.

새벽 두시좀 지나서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내렸었다.

그때 급하게 지렁이를 끼워 던졌더니

메기란 놈이 환상적으로 찌를 올려줬었다.

붕어는 해뜨고나서부터 ...

 

 

 

 

새벽 네시까지 하고 에어컨 빵빵한 방에서 이불덥고 숙면.

깨보니 아침 8시가 좀 넘었다;;;

별 기대는 안했는데

의외로 붕어들이 올라와 준다.

특히 집어 후 미끼로 던지는 지렁이는 거의 받아먹는 수준;;;;

 

조과는 총 12마리.

메기2, 잉어1, 붕어 9마리.

와~

세번째 방문 만에 10수를 처음으로 넘겼다, 킥...

 

 

 

비록 나보다 에어컨을 더 좋아한 가족들이었지만

낚시터에 함께 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만족.

 

그래도 가끔은 외롭지 않게 낚시를 하고 싶어

민규가 어서 무럭무럭 자랐으면 싶은데

그때가 되면 내가 거동이 불편해 아들넘이 날 낚시터로 데려가줘야하지 않을까 싶으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