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꿈은 동화작가가 되는 것입니다.
누구든 멋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동화작가가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요즘 자꾸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드는게
같이 일하는 부하직원이랑 있으면 다들 따님이냐고 묻는것도 그렇고
오래된 드라마를 재미있게 몰아보는 것 때문에도
그런 생각을 갖게 된다.
오늘도 전쟁같은 일과를 치르고 와서
오래된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심한 곱슬머리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인생을 살지만
늘 밝고 긍정적이며 인간적인 김혜진이라는 여주의
젊고 희망적인 삶의 이야기를 그린
<그녀는 예뻤다>.
위 대사는 그 여주가 어렸을 적 아이들 앞에서
자기의 꿈에 대해 말하는 마지막 회차의 첫 장면에 나오는
이야기다.
특별히 감동적이거나 철학적이지는 않고
그저 가볍지만 즐겁게 볼 수 있는 만화같은 드라마였지만
이 장면에서 잠시 잊고 살았던 나의 13살때의 추억이 기억났다.
"저는 장래에 창작동화작가가 되는게 꿈입니다.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내 인생에서 늘 조용하고 소극적이며 기죽어 있던 나를
가장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아이로 변하게 했던 한 선생님을 만났던 때,
그 때 내가 아이들 앞에서 발표했던 나의 꿈은 저런 것이었지 ...
그때 선생님을 닮고 싶어서 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던,
가난했고 공부도 잘하지 못했던 한 여자애는 지금쯤 뭘하고 살고 있을까?
작고 예쁘장했지만 조용해서 기억은 잘 안났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가출해서 선생님이 찾으러 다니기까지 했었다는 한 여자애는
오래 전에 나름 유명한 순정만화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신기하기도 했고
학교 앞 양옥집에 살고 여자애처럼 얼굴이 뽀얗던 한 녀석은
유난히 싸움질로 얼룰진 불우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 해서 많이 놀랬었지.
결혼해서 베트남에서 살고 있다고 했던 전학생 여자애의 삶도 참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의 발표가 모두 끝난 후, 선생님은
당신께서 희망한 꿈을 발표한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고 했는데
평소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이오덕선생님을 존경하셨기에
혹시 그게 내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기도 했었다는 ...
그냥 가볍게 보던 드라마속 한 장면을 통해
참 많은 나의 시간들이 우주의 먼지처럼 떠다니는 것 같아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주절주절 ...하하
- 흔히 사람들은 현실은 동화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가끔은 아이처럼, 가끔은 바보처럼
동화같은 세상을 꿈꿔보는 것은 어떨까?
그때 내가 동화작가가 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불만스러운 현실을 벗어나
멋진 주인공처럼 살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참 많이 어른이 된 지금
내 꿈에서 동화작가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주인공으로 사는 것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