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5.30일자 동아일보 사설을 읽고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9. 5. 31. 21:17

예전에 형을 잃고 참담한 심정을 앓을 때 A팀장은 누구보다 냉정하게 나를 다뤘다. 내가 마무리짓지 못했던 일들을 지적함과 동시에 이것저것 새로이 할 일들을 지시했다. 슬픔에 잠겨있지 말고 어서 일어나 일에 몰두하라는 그의 말들로 인해 나는 슬픔을 내색하지도 못하고 열심히 일했다.

그로부터 3년 후, 전직 대통령이 세계적으로도 드문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그분에 대한 장례가 끝나자마자 동아일보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국민장을 마친 지금은 각계각층이 일상의 제자리로 돌아가 각자의 할 일에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 침체의 파고를 넘고 민생을 개선하는 일이 급하다." (동아일보 사설 전편 : http://www.donga.com/fbin/output?f=i__&n=200905300076)

'찢기고 응어리진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고' '추모의 열기에 담긴 민의를 겸허히' 받들자면서도 '어떻게'가 빠졌다. 그저 국민들에겐 그 분을 빨리 잊으라고만 닦달하고 있다. 참 어이없어 헛웃음만 나왔다.이번 일의 해결책은 무조건 국민들이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고 (MB가 대통령인)현실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들자는 말과 다를게 없어보였다. 3년 전의 A팀장이 내게 했던 말과 똑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참담한 심정마저 느꼈다.

동아일보의 이런 주장은 사실 맞다. 적어도 지금까지 MB를 비롯, 소위 성공한 자들, 부자인 자들, 권력자들은 이렇게 냉정하게 살았고 우리도 학교다닐 때 그렇게 살아야 성공한다고 배웠으므로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 가치 범주 안에서는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왜 이제서야 이런 태도들에 대해 화가나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이런게 이 나라가(회사가), 국민들에게(나에게) 원하고 바라는 거였구나. 슬픔은 참아야하고 무조건 성공을 위해 달려나가야 하는 거, 그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가야 성공할 수 있고 그런방식들이 온 국민이 당연히 따라가야할 태도이고 가치인 거였구나라고 생각하니 새삼 돌아가신 그 분의 정신이 얼마나 높고 고귀했는지를 알겠다.

내가 개인적 체험 후 깨달은 사실은, 슬픔은 충분히 슬퍼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실컷 울어야 막혔던 속이 터지고 눈물도 마르는 법이었다.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닦게 하면 그 눈물은 속으로 흘러들어 고이고 결국엔 썪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었다. 정부는, 그 분의 죽음이 슬프지 않은 자들은 국민들이 흘리는 눈물마저 훔치려들지 말라.

지금은 계몽주의 시대가 아니다. 새마을 운동의 시대는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정신의 시계가 70년대에서 멈춰버린 권력자들의 생각에 국민은 여전히 멍청하고 바보같아서 영원히 계몽해야할 대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는 듯하다. 어린아이 다루듯 얼르고 달래는 한심한 모양이라니.. 차라리 사탕을 가지고 놀리다가 아이에게 주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추천기사1.

노무현 영결 보는 다른 시선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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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다음은?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306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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