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공간 위로 쿵 하고 내려놓는 책더미와 같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먼지처럼 풀썩거렸다. 그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처럼 소리없이 숨어있다가 갑자기 환생한듯 부산하게 움직이고 왁자지껄했다. 시큰둥하게 제모습을 갖추고 자리잡은 그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의자에서 잠시 엉덩이를 떼었다. 팀장이 씩씩거리면서 사무실로 들어와 그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이봐 김형석씨, 내가 전에 말했던 경쟁회사 분석 보고서 다 됐나?" "그거, 지난주에 메일로 이미 보내드렸는데요? "아, 그랬나? 내 정신좀 봐..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보내줄래? 갑자기 사장님이 오늘 회의에서 왜 보고를 안하느냐고 역정을 내더라고. 나중에 따로 불러서 보고받겠다고 해놓구선 에효. 나이가 많아지니 점점 역정만 느시는거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