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290

끄적끄적

조용한 공간 위로 쿵 하고 내려놓는 책더미와 같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여기저기 먼지처럼 풀썩거렸다. 그들은 죽은 사람의 영혼처럼 소리없이 숨어있다가 갑자기 환생한듯 부산하게 움직이고 왁자지껄했다. 시큰둥하게 제모습을 갖추고 자리잡은 그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의자에서 잠시 엉덩이를 떼었다. 팀장이 씩씩거리면서 사무실로 들어와 그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이봐 김형석씨, 내가 전에 말했던 경쟁회사 분석 보고서 다 됐나?" "그거, 지난주에 메일로 이미 보내드렸는데요? "아, 그랬나? 내 정신좀 봐..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보내줄래? 갑자기 사장님이 오늘 회의에서 왜 보고를 안하느냐고 역정을 내더라고. 나중에 따로 불러서 보고받겠다고 해놓구선 에효. 나이가 많아지니 점점 역정만 느시는거 같..

더캣생각 2021.10.14

나이

1. 30대는 앞 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뛰는 나이 40대는 잠깐 쉬다가 일어나 지름길을 찾으며 뛰어가는 나이 50대는 앞 뒤 생각하며 뛰다 걷다 뛰다 걷다 하는 나이 60대는 아무 생각없이 그저 힘들어서 가다 서다 하는 나이라고나 할까 2. 30대는 그저 세상을 흐릿하게 알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나이 40대는 순간순간 세상의 한 면만을 또렷하게 보면서 세상을 너무 잘안다고 착각에 빠지는 나이 50대는 눈이 흐려지면서 조금 알 것 같다가도 결국 모르는게 더 많다는걸 깨닫고 말수가 줄어드는 나이 60대는 그저 자신이 살아온 세상이 전부라고 자기 위로하면서 생각보다 회상에 잠기는 시간이 더 많은 나이일 것 같아. # 직장에서 나름 고참급이 되어 후배들과 어울려 일을 하다가 문득 해본 나이에 ..

더캣생각 2021.10.09

'시스템'에 관한 단상

이렇게 통채로 조작할 수 있는 건 시스템 밖에 없어. 이게 시스템이야. 시스템은 권력 앞에서 무력하지. 시스템 자체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권력 앞에서... 드라마 속 사기꾼이 국가권력을 움직여 본인의 신분을 타인으로 세탁해 전혀 다른 사람이 대신 형을 살게 하고 본인은 호의호식한다는 사실을 후배 판사에게 확인시켜주면서 주인공이 하는 대사. 힘있는 정치인들이 무능하다고 공무원들을 질타할 때, 또는 반대로 국민들이 무능한 행정이나 통치행위를 비판할 때 둘다 쓰이는 '시스템(의 부재)'라는 말을 뒤집어 생각하면 지적하는 자의 입장에서 비판받는 입장의 사람들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욕망의 다른 표현이 되기도 한다. 즉, 이 시스템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는 입장은 사용자 혹은 힘있는 자에 속한다는 것이다..

더캣생각 2021.08.02

극단적 페미니즘

# 페미니스트들은 모든 여자는 남성특권의 피해자다 라 선언하며 시작한다. 만약 (여자인) 당신이 이와 관련 아무런 피해를 입은 적이 없었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그들에게 이런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팩트보다 감정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면 그건 곧 '피해자'를 뜻한다. 당신이 당장 어떤 피해를 입은 적이 없다해도 페미니스트들에게 당신은 가부장제 사회구조 속에서 '알게모르게 차별받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그 정의는 어떤 논리적인 반박에도 결코 흔들리는 법이 없다. 마치 건축물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말이다. 이런 견고하게 막되먹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한 전제 속에서 그들은 감정을 내세운다. 팩트는 중요치 않다. 그저 그들이 부정적으로 느..

더캣생각 2021.05.27

사람이 문제다

#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다. 특히 자격없는 사람이 권한을 가질 때 문제가 발생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사람들 사이의 대립과 격화만 심화된다. 그 모든 혼란을 야기한 사람들은 본인의 무능함을 시스템과 남 탓으로 돌리면서 멀쩡한 제도를 바꾸고 충성심있는 사람 위주로 주변을 강화한다. 그 사이, 조직은 더 큰 혼돈의 소용돌이로 내몰리고 그곳에 속한 사람들은 두가지 선택의 갈래에 놓이게 된다. 이 편이냐, 저 편이냐 ... ## 사람들은 이런 현상에 침묵하고 정치가는 이런 현상을 이용하고 지식인은 이런 현상을 비판만 할 뿐. 그럼에도 수레바퀴 굴러가듯 시간은 흐르고 조금씩 사회도 변해가는 듯 하지만 가만히 보면 다시 그 자리. 역사는 결국 반복될 뿐인가.

더캣생각 2021.05.09

윤여정님의 전성기를 응원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 한국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었습니다. 충분한 물이 공급되지 않았죠. 그래서 각 가정에는 일정한 양의 물만 제공되었죠. 할머니는 물을 아끼려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고 난 물로 본인이 씻으셨어요. 전 그걸 보며 너무 더럽다고 느꼈어요. 위생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죠. 정말 멍청하지 않나요? 할머니는 저희를 위해서 물을 아꼈던 것인데 말이죠.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게 하려고요. 그리고 할머니는 항상 배고프지 않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전 진짜 할머니가 배가 고프지 않으신줄 알았어요. 네, 당연히 그때는 모든 것이 부족했어요. 할머니는 점심이나 뭐 그런 식사를 건너뛰셨어요. 저희들을 좀 더 먹이시려고요. 전 그때는 그런 줄 몰랐습니다.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요. 할머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마다, 연기..

더캣생각 2021.04.28

"다, 우리 애들이잖아요...!" (드라마 블랙독)

"심화반이든 뭐든 활동하고 나면 애들 한 명 한 명 관찰하고 생기부에 그 과정까지 써주는 거, 생기부나 추천서 쓰기 전에 혹시 애들한테 다른 사정이 있는건 아닐까 관심있게 봐주고 물어봐주는, 시험 문제 낼 때도 학원 안다니고 집안 어려운 애들도 충분히 풀 수 있을까 생각하고 내는 거. 다 우리 애들이잖아요!" (드라마 블랙독 中에서) # 돌고 돌아 다시 입시관련 부서의 장이 되어 올해 모집요강과 내년도 입시안을 검토하고 확정하고 발표하는 일들을 하는 중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게된 예전 드라마의 한 장면. 아무리 세상이 이기적이고 목소리 큰 사람들이 판친다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아직 어딘가에는 이런 선생님이 분명 존재하고 있을거라 믿고 있다. 천생이 선생인 분들이 있는 법이니까. 이런 선생님들이 쓰는 학생부..

더캣생각 2021.04.21

잡생각

직장생활을 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조직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개인과 조직이 모두 행복할 수 있기는 한걸까? 직장 생활을 20년 넘게 했다. 지랄 맞은 성격 탓에 아직 내 면전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사람은 별로 못봤지만 어쩔 수 없는 '갈참'인건 분명한 사실. 긴 직장생활이지만 대체로 견딜만 했던 것 같긴 하다. 여전히 다니고 있는걸 보니 하하. 그렇다고 난 성공한 직장인은 아니다. 책임감, 그리고 내가 맡은 일이 잘되는 것에 더 집중하는 성향에 워낙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다. 그저 내가 일만 잘하면 되지 라는 생각이 강했고 고집과 불같은 성격, 직설 화법 등 일반 회사같았으면 실력과 별개로 벌써 쫓겨났을 사람, 그게 나였다. 아무리 훌륭한 성과를 내도 제대로 인정도 못받는 사람. 눈에 ..

더캣생각 2020.09.19

신종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단상

코로나19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다. 특히 가까운 지인이나 주변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엔 거의 패닉 상태가 될 정도로 우리 일상생활에 매우 나쁜 영향들을 주고 있다. 특히 확진자 숫자가 세자리 이상이 되면서부터는 나를 포함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심리적 공포감을 갖게된 것 같다. 직장(학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겪어보는 사태에 책임자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고 신속해야만 하는 결정은 한 타임씩 늦어졌다. 사람들은 결과를 가지고 많은 비판을 쏟아냈고 정책결정 관계자나 실무자들은 화를 낼 수도 없이 하루하루 변해가는 상황에 정신줄 놓아버리기 직전이었다. 인사발령 직전까지 약 열흘간 후속대책안 등을 마련하여 정책결정과 시행을 요청했던 담당자로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랬다.. - 중국인보다..

더캣생각 2020.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