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캣생각

강의평가에 대한 단상

길을 묻는 길냥이에게_the캣 2008. 2. 27. 23:13

동국대학교에서 처음으로 교수강의평가 결과를 100% 공개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관련기사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ec&sid1=102&sid2=250&oid=038&aid=0001942844)

대학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시도는 파격에 파격을 더한, 우리나라 대학사회에 대단히 파괴적인 결과를 유도할 수도 있는 혁명적인 시도라고 하겠다. 우리 옛말에도 있듯이 처음 시작이 어렵지만 일단 시작되고나면 변화는 거칠 것이 없어지는 법이다.

일부, 아니 거의 대다수의교수들은 이번 일을 두고 경솔한 처사라고들 말한다. 그들의 말 중 일부는 맞는 얘기이기도 하다. 가장 기본적인 강의 참가 자체를 게을리한 학생들까지도 평가를 하고(평가를 하지 않으면 성적을 미리 열람할 수가 없다), 그것이 가감없이 백프로 반영되는 과정이다보니 개선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교수강의평가제도가 도입된 지난 수년동안의 결과들을 보면 이런 일로 강의평가공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분명히 강의를 열심히 한교수들이 있고 그들 중 가장 우수한 사람들은 우수교강사상(베스트티처 등 각 대학에 따른 시상제도가 있고 그 명칭은 제각각임)을 받아왔으며 어느 누구도 그 결과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없는걸 보면 역설적으로 비교적 강의를 잘하고 못한 사람이 잘 반영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50명의 수강생 중 1~2명의 불성실한 학생의 평가로 결과 전체가 왜곡되고 본질이 호도될 수 있다는 주장은어불성설이며 결국은 강의에 불성실했던 교수들의 핑계거리일 뿐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꼭 해결되어야할 문제라면일부 외국대학의 경우처럼 교수가 학생들을 역으로 평가해서 각 학생들의 평가점수에 가중치를 부여하면될 일이다.

현재까지 많은 대학들이 수년간 강의평가제도를 도입해서 시행해왔고 그 결과는 일절 공개해온 적이 없었다. 몇몇 대학이 이 점수를 교원인사에 반영한다고는 하나 이 또한 눈가리고 아웅격이었는데 그 이유는 교원에 대한 평가항목 수십가지 중에 하나이고 그 반영비율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교수들은 여전히 10년 전의 낡은 강의노트(난 실제로 20년도 더 된 강의노트로 수업을 받아봤다)로 불성실한 수업을 해도 전혀 거리낄게 없었다. 등록금이 년간 천만원이 넘어가는 이 시대에도 대한만국의 많은 교수들이 그렇게 뻔뻔스럽게, 염치없게 살고 있는 것이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무조건 등록금이 비싸다고 아우성칠 일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수업을 받을 권리를 찾는 것이 더욱 시급한 일일 수도 있겠다. 등록금의 인상은 물가인상처럼 어쩔 수 없이 인상되는 요인이 발생하므로 인위적인 조정이 힘들수도 있고 지나치게 낮은 수업료로 인해 수업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싼 수업료를 내는만큼 수업의 질에 대한 개선요구는 당연하며 개선 또한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 스스로대학수업의 질에 대해 대단히 관대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수업을 받는 이들부터 진지해지지 않으면 결국 이번 일은 해프닝으로 지나쳐버릴지도 모른다.

앞서 말했듯이 동국대 오영교총장의 이번 조치는 거북이 등조각보다도 더 단단했던 교수사회의 안일함에 던지는 승부수와도 같은 혁명적 시도다. 더 많은 대학들, 나아가 이나라의 모든 대학들이 강의평가결과를 공개하는것이 당연한 일이 될 때까지 동국대를 지지하고 응원해야할 것이다.

200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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