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 139

눈보라 구슬

김휘 소설가 “섬뜩하기까지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파” 소설집 『눈보라 구슬』 김휘 소설가 http://ch.yes24.com/Article/View/26262 공부하던 시절, 가벼운 인연이 있던.... 신춘문예 발표나고 며칠 후, 우연히 만났던 ... 한국통신 '프리텔' 카피라이터 출신. 그동안 계속 글을 쓰고 있었구나... 요즘 계속 불면증에 시달리는데 오랫만에 소설 한번 읽어봐야겠다..

블루노트 2016.01.27

상(賞)

큰 상(賞)을 받았다. 내 팔자에 겨운 상이다. 준다고 했을 때 받겠다고 했다. 우울한 소식들이 가득했던 내 직장에 위로가 되고 힘들게 일해온 우리 부서가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받았다. 기쁘다. 남들이 다들 하기 싫다고 해서 결국 내게 강제로 맡겨지다시피 했던 일이었다. 기왕 하게된 일이지만 열심히 했다. 그랬더니 내게 복이 왔다. 실제로 추진했던 일이 잘 됐고 기관과 관계자들 모두 만족해했다. 그래서 더 기뻤다. 홈페이지에 공지가 되니 몇몇 사람들에게 문자가 왔다. 고마웠다. 부하녀석은 공지내용을 컬러로 프린트하여 나 몰래 건물 곳곳 게시판에 게시를 했다. 우연히 발견했는데 다리가 탁 풀릴만큼 당황스러워서 모조리 잡아 떼고는 녀석에게 말했다. "불만이 있음 말로 해 말로~!!!!ㅎㅎ" 내 상사인..

블루노트 2015.12.11

이런 시

17살 어느 휴일날, 아침 일찍 시험 공부를 하러 버스를 타고 옆동네 도서관에 갔는데 공부할 자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서가가 있는 열람실로 갔는데 ... 결국 그날 하루종일 책만 읽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외수 들개, 꿈꾸는 식물과 몇권의 중단편들, 이상의 날개, 오감도와 최후, 그리고 몇개의 시들. 폭풍처럼 흡입되던 그 아름다운 스토리와 문장, 싯구들에 흠뻑 빠져들었던 가장 행복했던 한 때였다. 그런데 이상의 시들 중 이 시는 이제서야 봤다. 아마도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사랑했던 그가 그 여자를 향한 마음을 드러냈던 시였으리라. 그런데 시보다 이 시를 쓴 시인이 더 이쁘게 느껴진다. 이런 남자만의 사랑방식을 여자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블루노트 2015.11.20

오래된 책

오래된 책 너를 내 방으로 데려온 날 어제인 듯 나 기억하네 방안 가득 햇살 눈부셔 잠시 어찔했던 그날을 틈만 나면 들추는 내 손길에 너는 지금 너덜너덜한 몸으로 나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며 너의 검은 눈동자 그 속 알갱이 하나하나 모두 나에게 내주지만 처음의 너는 빳빳한 몸을 곤두세워 마치 막 건져 올린 물고기처럼 파다닥거리며 내 손가락 서툰 몸짓에 여지없이 상처를 내어 가끔은 손금 따라 내 가슴 속까지 가느다란 피의 강물 간혹 너를 안아들고 살금살금 쓰다듬으며 사랑한다는 말 눈으로만 너에게 전하는데 나와 함께 늙어가며 군데군데 부실해지는 너의 몸은 여전히 내 손길에 뜨거워지는구나 그럼에도 나 가끔은 너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휘황찬란한 옷차림 가벼운 손짓들로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지만 그것도 잠깐 너 있는 곳..

블루노트 2015.11.02

전쟁같은 일상

# 전쟁같은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태양은 뜨겁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 지옥같은 여름 날에 정신없이 바쁜 일정들을 치러내느라 해질 무렵이 되면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그런데 자꾸 웃음이 난다. 행복해서 웃음이 난다. # 오늘도 오전에 시험감독을 보고 급하게 라면으로 점심을 때우고 급하게 출장신청을 하고 급하게 밀린 결재를 하고 출장지인 과천으로 출발하기 전 남겨진 전화메모를 보고 짧게 통화할 참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oo팀의 N팀장. 왜 전화를 했는지 미리 알 수 있었고 용건 또한 내 예상했던 바. 지난 번에 이어 작심하고 내 소신을 쏟아냈다. 논리면 논리, 감정이면 감정으로 부딪쳤다. 우리 부서를 무시하거나 나에 대한 인격모독성 발언을 한다 싶을 땐 가차없이 크고 강경한 목소리로 맞섰다. 아마..

블루노트 2015.07.16

화나고 슬픈 날 ...

# 낚시터에서 귀가하는 도중의 일. 앞에서 달리던 구형 SM7 운전자가 담배를 차창 밖으로 버린다. 곧이어 뒷자리 동승자가 쓰레기를 창문 밖으로 내던진다. 하.... 이런 개쓰레기 %$@$!#$##$...!!!! 가족들 같은데 .... 그러고보면 옛말 하나도 틀린게 없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 낚시터에 있다가 직장에서 보내온 문자를 받았다. 김모모 실장님 남편상. 대학원생 연구실원 시절 연구실 실장님이기도 했던 그분이 돌아가셨다니.... 믿기지가 않아서 최모모 차장에게 전화했더니 사실이란다...헐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씻고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밤 10시 반. 검은 상복을 입은 김실장님, 내 팔을 잡고 눈물을 글썽거리는데 왜이리 마음이 아픈지... 뇌졸증이었단다. 근 1..

블루노트 2015.06.14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지난 5월 10일, 초등학교 은사님의 회갑을 맞아 배남(배워서 남주자) 제자들이 잔칫상을 차렸다. 정신없이 바쁘고 해서 준비에 별 도움도 못되었는데 많은 제자님들이 수고를 해주었다. 현수막도 제작하고 테이블마다 일일이 꽃단장도 직접 하고 장소도 정하고 선생님 몰래 카톡과 밴드 회의며 수시로 007작전 수행 끝에 마련된 자리. 다들 참 고생많았고, 고참 제자로서 준비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고... 선생님을 닮아 한결같이 순수하고 선한 사람들.... 내가 직접 선생님을 모셔오긴 했지만 내가 늦어서 선생님과 사모님을 기다리게 한건 정말 죄송스러웠다. 오랫만에 스승의 은혜를 부르니 뭉클했다....

블루노트 2015.05.14

푸념

우리의 보스는 A다. 그리고 우리는 조직 내에서 왕따 신세다. 많은 사람들이 우릴 헐뜯고 비난한다. 그들은 오래 전의 사소한 다툼에 대해 오래도록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녔다. A는 우리를 전혀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의 보스임에도 그는 남들이 헐뜯는 소리를 수시로 내게 전달했다. 마치 그 모든 비난들이 근거있는 사실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길 바라는 것 같기에 조용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모든 얘기들은 일부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오해인 것도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보고를 원하시면 언제든 제게 전화주십시오. 궁금하시거나 확인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보고드리겠습니다." 그 이후, 변한 것은 없었다. 그는 여전히 내가 있음에도 불구..

블루노트 2015.03.23

2013.12.31.

2013년... 누군가가 계속 내 어깨를 붙잡는 답답함 속에 살았다. 어차피 마음먹은대로만 살 수는 없는것이니 고통을 잊기 위한 중독에 빠져 흐르는 물과 바람과 고요함 속으로 잠시 [나]를 던져두고 있었다. 2014년... 이제 [나]는 가볍게, 좀더 빠르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편히 머물 수 있는, 또 누군가에게는 바람보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그런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블루노트 201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