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98

물위에서의 하룻밤

금욜날 밤에 1박2일 일정으로 직장 낚시동호회를 따라 낚시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처음 예정과 달리 충북 충주 노은지 낚시터루 가게되었는데여..얼마나 좋았는지 모릅니다. 밤 12시반부터 초보인관계로 노련한 조사(낚시꾼)들의 도움을 받아 낚시대 하나를 물위에 드리워놓고 거진 12시간동안 앉아있었습니다. 참으로...꿈결같은 여행이었습니다. 찬 이슬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저수지 한 가운데에 마련된 방가로 한 귀퉁이에 앉아 그저 낚시보담 밤이 주는 고즈넉한 풍경 속에 매혹되어 내 옷이 다젖는 줄두 모르고 앉아있었습니다. 동이 터오고 새벽이 오자 여기저기서 닭울음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개짖는 소리두 들리더이다. 서서히 어둠이 걷히면서 안개가 물 위에 떠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물안개 사이로 간간이 단풍옷입은 주위 산..

더캣생각 2005.10.01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울고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의 따사로운 햇빛이 떨어져 있을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게다가 가을비는 쓸쓸히 내리는데 사랑하는 이의 발길은 끊어져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있게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고궁. 그 고궁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창문의 삭은 나무 위에는 "아이쎄여, 내 너를 사랑하노라..."는 거의 알아보기 힘든 어려운 글귀가 씌여있음을 볼 때. 하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것 뿐이랴. 오뉴월의 장의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바이올렛색과 검정색. 그리고 회색의 빛깔들. 둔하게 울려오는 종소리. 징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밭에서 보이는 연기. 산길에 흩어져있는 비둘기의 깃..

더캣생각 2005.10.01

기형도 시에 관한 단상

病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主語를 잃고 헤메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 기 형 도 -------------------- "모든 슬픔은 논리적으로 규명되어질 필요가 있다." 기형도 시의 한 부제에서 따온 이 구절은 내 삶의 테두리 안에서 새롭게 '규명'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 나는 여전히 슬픔 속에 살고 있고(기형도는 사실 '규명'은 않고 그 필요성만 강조했을 뿐이다), 내가 앓고 있는 이 슬픔에 대해서 어느만큼은 무지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왜 슬퍼해..

더캣생각 2005.10.01

여자와 성공

우리는 특히 여자들은 자신들이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들곤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회적 장애를 딛고 일어선, 흔히 성공했다고 말해지는 여성분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 성공이라는 자리에 오르기까진 사실 남모를 눈물과 노력이 필요했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성공한 여자분들이 가장 힘들었었던 부분은 사실 사회적 차별보다는 바로 자신들이 성 즉, '여성임'이었다고 말하곤 합니다. 우리나라 영상학의 대가라는 정근원이라는 한 여성을 인터뷰한 글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저는 불평하는 스타일보다 싸우는 스타일이었어요. 뭔가를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사회적인 편견은 큰 장애가 되지 못해요..." 물론 이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은 분명 존재합니다. ..

더캣생각 2005.10.0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

여러분들은 사람이 가장 아름다워보일 때가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제가 오늘 어느 잡지에서 본 글에서는 "사람이 뭔가에 열정을 쏟아 전념하는 모습"이라고 했더군요. 저도 이 말에 공감합니다. 사람이란 그 자체로 멋있거나 이쁘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사람 겉모습의 아름다움이란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시드는 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에 열중하거나 몰두한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이 진정으로 아름답고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는 결국 그것이 그 사람 자신의 내적인 표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자신의 내면에 담겨있는 그 무엇인가를 밖으로 끄집어내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인거죠..결국 우리는 그 사람의 내면을 보는 셈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 내면을 표출하는 외부의 몸짓이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정말로 오..

더캣생각 2005.10.01

어떤 중심 (부제 : 미친사랑)

1.사실 모든 사람이 조금씩은 정신을 앓는다. 그러나 그래도정상이라고 말해지는 사람은 이 약간의 정상적이지 못함을 개선하려 애쓰는 사람일 것이다.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삶이 비틀거림의 연속임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애씀이 벅차다는 걸 어느만큼은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계속 자기의 중심 안에서 비틀거리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 L씨. 그는 서른넷의 여자 대학원생으로 1994년에 입학했다. 강의실에서 혼자 누워 노래부르던 그녀와의 어색했던 첫대면, 개강파티에서의 불규칙한 음정으로 에릭 클랩튼의 노래를 부를 때만 해도 사람들은 지금처럼 그녀에 대해 심각하지 않았었다. 수업시간에 어설픈 맑시즘이론으로 퍼부어대는 문제제기도 열성적이라는 말로 대신하면서 별로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았었다..

회상

그여자는 참 선이 고왔다. 갸날픈 얼굴형에 긴 허리, 긴머리, 그리고 긴 목선이 참 고왔다. 요즘처럼 미인이 많은 세상이 그리 예뻤다고 말할 순 없으나 나에게는 그녀의 그 긴 몸선들이 참 곱게 느껴졌었다. 나는 언젠가 그녀와 보았던 베트남 영화 에서 그녀의 목선을 또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 가느다랗고 가냘퍼보이는 그녀의 목선에 손이 가려는걸 가까스로 참았던 기억은 늘, 나를 피식 웃게 만들었다. 더불어 그녀의 표정은 늘 고요하면서도 쉽게 알아챌 수 없는 동요를 품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푸석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녀는 얌전해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많은 호기심과 예술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틈만나면 나를 끌고 미술관과 영화관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중 종로의 한 화랑에서..

회색노트 2005.10.01

용서

누군가 용서한다는건 정말 쉬운일이 아닌가봅니다. 30년을 넘게 살아왔건만, 참으로 용서를 배우는 일은 어렵더이다. 그 대상이 친구이거나 가족일때에는 더더욱 행하기가 어려운 일인듯 합니다. 그만큼 사랑했던 마음이 강해서일까요... 며칠전, 정을주고받았던 친구 하나를 버렸습니다. 친구로서 가장 하지않았으면 일을 그 친구가 행하고 스스로 책임질 줄을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스스로 무언가 결단을 바랬지만, 그것 또한 그친구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그 친구를 버렸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지켜주는 것만큼 그 친구가 지켜주었으면 하는, 최소한의 신의를 그 친구가 저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왜이리 내 마음이 이리도 심난한 것일까요... 내 의지에 따라, 내 믿음에 따라 행한 일일터인..

더캣생각 2005.10.01

[펌]책 사줘~

책읽기를 너무 좋아하는 아들.. 눈 뜨자마자 책을 손에 쥐고.자기 직전까지.. 책을 너무 좋아하는 아들... 장난감보다도 더... 하지만..책만 읽어선.안되는 현실.. 1학년때 학교에서.여럿에게 맞고 온담날 부터 시작한.운동...덕분에 지금은.유단자가 되었지만. 운동도 해야하고..그림도 그려야 하고 엄마가 피아노 선생님 이지만.아들은. 가르치지도 못하고 학원엘 보내고... 이것만 있나..영어도 해야하고. 논술이란것도 해야 한다고들 하고 휴~~할것이 왜 이리 많은지. 누가 또..우리집 애는 이런걸 해.. 이런말만 들음.. 우리애만 쳐지는게 아닌가 싶어.걱정되고 그저 뛰어놀고 건강만 하면 된다고들 싶게 말하지만.현실과 너무 동 떨어진 말들 말들.. 오죽하면 학교 선생님또한 초등학생을 학원 보낸다고 뭐라했던 ..

더캣생각 2005.10.01

경계와 경계심사이

나는 빌라에 산다. 우리집 화장실은 현관문 바깥쪽으로 나와 창문이 복도를 향하고 있다.. 그래서 화장실에 앉아있으면 평소 방안이나 거실에선 못듣던 소리들을 가끔 듣게된다.. 아직 얼굴을 한번도 못본 옆집 아주머니가 등교하는 아이랑 작별하는 말소리, 윗집 아이가 계단을 떠들썩하게 내려오는 소리, 새어들어오는 바람소리 등등.. 집안에 있다보면 안전하다 생각하다가도 이런 소리들이 들릴땐 방가우면서도 언뜻 언뜻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생겨 숨을 죽이게 되고 가급적 소리를 내지 않게 된다..꼭 엿듣는 사람처럼 말이다.. 내 마음에 경계심이 생겨서인거다.. 이 경계심은 결국 밖으로 난 화장실 벽이라는 경계를 통해서 생겨난 것일게다.. 결국 우리를 안전하게 하고 보호해주려는 경계가 사람의 마음에 쓸데없는 경계심을 발동..

더캣생각 2005.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