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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중심 (부제 : 미친사랑)

1.사실 모든 사람이 조금씩은 정신을 앓는다. 그러나 그래도정상이라고 말해지는 사람은 이 약간의 정상적이지 못함을 개선하려 애쓰는 사람일 것이다.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삶이 비틀거림의 연속임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애씀이 벅차다는 걸 어느만큼은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계속 자기의 중심 안에서 비틀거리는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 L씨. 그는 서른넷의 여자 대학원생으로 1994년에 입학했다. 강의실에서 혼자 누워 노래부르던 그녀와의 어색했던 첫대면, 개강파티에서의 불규칙한 음정으로 에릭 클랩튼의 노래를 부를 때만 해도 사람들은 지금처럼 그녀에 대해 심각하지 않았었다. 수업시간에 어설픈 맑시즘이론으로 퍼부어대는 문제제기도 열성적이라는 말로 대신하면서 별로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았었다..

회상

그여자는 참 선이 고왔다. 갸날픈 얼굴형에 긴 허리, 긴머리, 그리고 긴 목선이 참 고왔다. 요즘처럼 미인이 많은 세상이 그리 예뻤다고 말할 순 없으나 나에게는 그녀의 그 긴 몸선들이 참 곱게 느껴졌었다. 나는 언젠가 그녀와 보았던 베트남 영화 에서 그녀의 목선을 또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 가느다랗고 가냘퍼보이는 그녀의 목선에 손이 가려는걸 가까스로 참았던 기억은 늘, 나를 피식 웃게 만들었다. 더불어 그녀의 표정은 늘 고요하면서도 쉽게 알아챌 수 없는 동요를 품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푸석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녀는 얌전해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많은 호기심과 예술적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틈만나면 나를 끌고 미술관과 영화관으로 데리고 갔는데, 그중 종로의 한 화랑에서..

회색노트 2005.10.01

용서

누군가 용서한다는건 정말 쉬운일이 아닌가봅니다. 30년을 넘게 살아왔건만, 참으로 용서를 배우는 일은 어렵더이다. 그 대상이 친구이거나 가족일때에는 더더욱 행하기가 어려운 일인듯 합니다. 그만큼 사랑했던 마음이 강해서일까요... 며칠전, 정을주고받았던 친구 하나를 버렸습니다. 친구로서 가장 하지않았으면 일을 그 친구가 행하고 스스로 책임질 줄을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스스로 무언가 결단을 바랬지만, 그것 또한 그친구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제가 그 친구를 버렸습니다. 제가 친구에게 지켜주는 것만큼 그 친구가 지켜주었으면 하는, 최소한의 신의를 그 친구가 저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왜이리 내 마음이 이리도 심난한 것일까요... 내 의지에 따라, 내 믿음에 따라 행한 일일터인..

더캣생각 2005.10.01

[펌]책 사줘~

책읽기를 너무 좋아하는 아들.. 눈 뜨자마자 책을 손에 쥐고.자기 직전까지.. 책을 너무 좋아하는 아들... 장난감보다도 더... 하지만..책만 읽어선.안되는 현실.. 1학년때 학교에서.여럿에게 맞고 온담날 부터 시작한.운동...덕분에 지금은.유단자가 되었지만. 운동도 해야하고..그림도 그려야 하고 엄마가 피아노 선생님 이지만.아들은. 가르치지도 못하고 학원엘 보내고... 이것만 있나..영어도 해야하고. 논술이란것도 해야 한다고들 하고 휴~~할것이 왜 이리 많은지. 누가 또..우리집 애는 이런걸 해.. 이런말만 들음.. 우리애만 쳐지는게 아닌가 싶어.걱정되고 그저 뛰어놀고 건강만 하면 된다고들 싶게 말하지만.현실과 너무 동 떨어진 말들 말들.. 오죽하면 학교 선생님또한 초등학생을 학원 보낸다고 뭐라했던 ..

더캣생각 2005.10.01

경계와 경계심사이

나는 빌라에 산다. 우리집 화장실은 현관문 바깥쪽으로 나와 창문이 복도를 향하고 있다.. 그래서 화장실에 앉아있으면 평소 방안이나 거실에선 못듣던 소리들을 가끔 듣게된다.. 아직 얼굴을 한번도 못본 옆집 아주머니가 등교하는 아이랑 작별하는 말소리, 윗집 아이가 계단을 떠들썩하게 내려오는 소리, 새어들어오는 바람소리 등등.. 집안에 있다보면 안전하다 생각하다가도 이런 소리들이 들릴땐 방가우면서도 언뜻 언뜻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생겨 숨을 죽이게 되고 가급적 소리를 내지 않게 된다..꼭 엿듣는 사람처럼 말이다.. 내 마음에 경계심이 생겨서인거다.. 이 경계심은 결국 밖으로 난 화장실 벽이라는 경계를 통해서 생겨난 것일게다.. 결국 우리를 안전하게 하고 보호해주려는 경계가 사람의 마음에 쓸데없는 경계심을 발동..

더캣생각 2005.10.01

아빠가 미안해 ..

저에게는 이쁜 딸이 하나 있습니다. 새침데기에 가끔씩 샐쭉 토라지는 폼이 영락없이 엄마를 닮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아이입니다. 집에서 저는 잔소리가 많은 편입니다. 유독 아이에 관해서, 특히 아이의 보호에 관한 잔소리가 심한 편입니다. 아내는 저의 잔소리를 싫어하지만 왠만한건 그냥 참고 따라주는 편입니다. 제가 이러는 이유가 저의 예민한 성격 때문만은 아니라는걸 알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저의 딸은 만 세 살의 나이로 어른들도 힘든 큰 수술을 두 차례나 치렀습니다. 처음엔 간단한 성형수술 정도로만 판단했던게 제일 큰 실수였습니다. 처음부터 제대로 판단을 했다면 전 아마 가장 훌륭한 병원에 아이의 수술을 맡겼을 겁니다. 처음부터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는 형편없..

더캣생각 2005.10.01

빅초이에 대한 단상

빅쵸이에 대한 단상 며칠전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선수 최희섭의 투혼이 미국에서 큰 감동을 주고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내용인즉, 공중에 뜬 볼을 잡으려다가 같은 편 선수와 부딪쳐 쓰러져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끝까지 잡은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강한 승리에의 집념을 보이면서 병원으로 실려갔고 결국 팀은 역전승을 했다는 얘기였다. 홈팀 관중들은 자기팀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빅초이를 연호하며 팀동료들의 파이팅을 유도했고 선수들은 모두 부상으로 실려나간 최희섭을 위해 뛰어 팀이 이겼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희섭은 병원에서 깨어나자마자 팀의 승리여부를 물었다는 신문기사도 나왔다고 한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만 본다면 나름대로 감동적인 한편의 스포츠드라마라 보아줄 정도는 될 듯하다. ..

더캣생각 2005.10.01

데미안 중에서 ..

불멸의 지혜로운 말은 울리고 불려 우리를 알으키노라 사람 아들아 그대들 마음의 마지막 열매 어떠하느뇨 허망한 마음의 사람아 잘못되어 맥박의 핏줄기도 헛되이 잡히는 것은 배불릴 빵은 아니고 더욱 배고픔을 짜내는 그림자뿐인 것을 그대 모르느뇨 지금 우리들 그대에게 권하노라 이 빵은 천사의 식찬이어라 주께서 밀이삭으로 손수 가꿔 만드신 맛 좋은 이 빵이야말로 그대가 아는 세상사람들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는 것이어라 나에게 오는 자에게 주리라 오라 살려거든 집어먹어라 그리고 살찌어라 다행하게도 사로잡힌 영혼은 그대 속박아래서 화평을 찾으며 다를 줄 모르는 힘찬 샘물로 타오르는 목을 추기도다 누구나 와서 마실 수 있는 물 온 중생을 오라고 부르는 물 그러나 우리는 미친듯 찾아다니는 것은 언제나 물이 흘러가버리는 진..

더캣생각 2005.10.01

그녀가 보고 싶다 ..

갑자기 그녀가 보고싶어졌습니다. 요 며칠사이 늘 마음에 걸리던 그녀였습니다. 퇴근하고 집에만 들어서면 그녀가 두팔을 우아하게 벌리며 나를 반겨줄 것만 같습니다. 그녀가 머물던 근처에만 가도 그녀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불고기를 먹을때에도 그녀생각이 납니다. 그녀는 토실토실한 몸매에 늘 천사의 날개처럼 하얗고 이쁜 털옷을 입고있었습니다. 그녀는 여느 아이들처럼 어려서는 한없이 심약하고 겁이 많아 특히 밖에 데리고 나갈때는 늘 누군가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했습니다. 그녀는 여느 아이들보다 더 경계심이 강했고 늘 불안에 떨고 지냈습니다. 그녀의 정다운 친구가 무지막지하게 납치, 살해를 당하고서부터는 그 증세가 더더욱 심해졌습니다. 특히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릴때는 득달같이 나에게 달려와 몸을 웅크렸..

더캣생각 2005.10.01

인간의 얼굴과 침묵

인간의 얼굴은 침묵과 말 사이의 마지막 경계선이다. 인간의 얼굴은 말이 튀어나오는 벽이다....침묵은 얼굴 속 어디에나 있다. 침묵은 얼굴의 각 부분들의 밑바탕인 것이다. 두 뺨은 양편에서 말을 가려 덮고 있는 두 개의 벽이다. 그러나 바깥을 향한 콧날의 가파른 움직임에서는 양뺨의 표면 사이에 함께 모여있는 말들이 바깥으로 나올 길을 찾으려 하는 것이 보인다. 이마의 궁륭에서는 침묵은 외부로 나오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이슬처럼 내부로 방울져내린다. 두 눈 - 그 열려진 양틈으로부터 말 대신에 빛이 나온다. 그것은 얼굴 안에 모여 있는 침묵에게 밝음을 가져다 준다.... 입 - 그것은 마치 제 스스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침묵의 강요에 못 이겨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너무도 충만된..

더캣생각 2005.10.01